자고나면 뛰는 전셋값 민간소비 더 위축된다

입력 2013-08-15 17:21


급등세를 보이는 전세가격이 민간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5일 한국은행의 ‘전세가격 상승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제거한 실질 전세가가 1% 오르면 민간소비는 장기적으로 0.18%, 단기적으로 0.37%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소비 대상별로는 전세가가 1% 오를 때 장기적으로 내구재 소비는 0.83%, 서비스 소비는 0.34%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1990년 1월부터 올 3월 말까지 가처분소득, 주택 매매가 등 소비에 영향을 주는 나머지 변수를 통제하고 전세가와 민간 소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전세계약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소득이 이전되는 거래지만 소득 계층 간 소비 성향의 차이, 유동성 제약 등으로 소비에 영향을 준다. 평균 소비 성향이 높은 중·저소득층에서 소비 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으로 현금이 이전되면서 소비 감소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 분석 자료에서 “전세가 오름세가 지속되면 중·저소득층의 내구재 및 서비스 지출을 중심으로 소비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KB국민은행이 매달 조사하는 주택가격지수 기준으로 7월 말 현재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는 2년 전보다 12.6% 오르고, 서울만 보면 10.6% 상승한 상태다. 소비자물가가 이 기간 2.9% 올라 전국의 실질 전세가는 9.7% 상승한 만큼 한은의 추정대로라면 최근 2년간의 전세가 상승은 장기적으로 민간 소비를 1.7%가량 갉아먹는 셈이다. 실제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1.1% 성장했지만 소비는 0.6% 증가에 그쳐 전세가 상승 등으로 인한 내수 부진이 경제 회복의 난제로 지목된 바 있다.

전세가 상승은 부유층의 자산 구조도 바꾸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 조사에서 다주택자가 많은 순자산 상위 20%(5분위)의 부채 가운데 임대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39.9%에서 2012년 43.4%로 높아졌다. 반면 순자산 최하위 20%인 1분위는 이 비율이 5.7%에서 4.3%로 낮아졌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