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경축사,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보니… ‘국정 비전’ 대신 北·日에 초점
입력 2013-08-15 17:25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정운영의 기본 방향을 밝히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수없이 국정기조를 강조해온 만큼 새삼스레 다시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경축사는 이전 대통령들의 취임 첫해와 비교해 대일(對日) 메시지가 상당 부분 차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전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경제 중심의 국정 비전을 제시했다. 녹색성장 전략을 밝히면서 새로운 형태의 경제발전 모델을 창출하겠다고 역설했다. “녹색성장은 신성장 동력이자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이제는 과도한 석유의존 시대와 결별해야 한다”는 게 포인트였다. 대신 대북·대일 메시지는 거의 없었다. 특히 같은 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천명했던 이 전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비판하는 발언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경축사를 통해 자주국방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유감없이 피력했다. 일제 합병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의미가 담긴 날이었음에도 노 전 대통령의 방향은 일본이 아니라 미국을 향해 있었다. 그는 “우리 안보를 언제까지나 주한미군에 의존하려는 생각은 옳지 않다. 미국 부대의 재조정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또 “앞으로 10년 내에 우리 군이 자주국방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한·미 간의 전시작전권 전환 협상으로 현실화됐으며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와의 어색한 관계를 연출했다. 이후 집권 5년 내내 한·미동맹 약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998년 집권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첫 광복절 축사를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자신의 ‘햇볕정책’ 구상을 처음 밝히는 방법으로 활용됐다. 남북 간 장관급 및 차관급 대화기구 상설화와 대통령 특사 파견을 제의했다. 김영삼 정부에 의해 남북관계가 완전히 냉각됐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 8·15를 대북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전략 제시 창구로 활용했다. 2000년 8·15 경축사에서 “추석을 전후해 (남북 당국이) 경의선 재연결 기공식을 갖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남북 육로연결 시대를 열기도 했다.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축사에 ‘신한국’ 창조를 선언하면서 ‘역사 바로세우기’를 역설했다.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의 폐해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당시 1차 북핵위기 상황에서 대북 경고 메시지도 담았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