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래 청사진 제시한 朴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입력 2013-08-15 18:05

갈등 최소화하고 한반도·동북아 평화 구축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에서는 평화와 상생을, 일본을 향해서는 과거 직시를 통한 한·일 공동 번영을 제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극적으로 타결돼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조짐을 보이는 데다 과거처럼 일본을 마냥 몰아붙일 수만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나라 안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언급이 없어 실망스럽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는 대다수 일본 국민들과 우리 국민들 사이에 신뢰의 저변이 넓다고 전제하고 일본 정치인들의 용기 있는 리더십을 주문한 대목은 공감이 간다. 두 나라의 문화를 공유하고 마음을 나누며 가까워지고 있는 국민들이 적지 않은 마당에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기는커녕 오히려 자극하는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격한 용어 등으로 일본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렇지만 광복절이 일제 강점에서 벗어난 날이란 점 등을 감안한다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일본에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취임 후 미국과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졌으면서도 아직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일본과는 아무런 접촉이 없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외교적인 언급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취임 반년이 내일모레인데 일본 정상과 본격적인 대화가 없다는 사실은 외교적 약점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과 다름없는 박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는 고민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예지의 부족으로도 비춰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석을 전후로 한 이산가족 상봉과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공식 제의는 북한의 화답이 관건이긴 하지만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은 성사만 된다면 분단 해소 가능성이라는 민족사의 새 기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안에만 그치지 말고 정밀한 실천 프로그램을 개발해 재임 기간 중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냈으면 좋겠다.

개성공단 재개 협상을 거치면서 남북 양측의 탐색전은 이미 끝나 앞으로는 북한의 핵 포기를 종국적인 목표로 놓고 다양한 방법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작동시켰으면 한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고, 그들의 굶주림과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다짐은 적절했다고 본다. 북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개성공단 회담의 성공으로 남북관계 주도권을 되찾아온 만큼 자신감을 갖고 북한을 상대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길 바란다.

국정의 파트너인 민주당이 삼복더위에도 불구하고 천막당사를 치고 장외투쟁을 벌이는 등 여야 간 갈등이 계속되는 모습을 국민들이 지켜봐야 하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갈등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이 문제를 포함해 국민대통합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유감이다. 정국 현안은 애써 외면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어쨌든 대한민국 미래의 청사진을 다시 한번 제시한 광복절 경축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갈등을 최소화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대통합과 경제민주화 실현 방안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 지역과 세대 간 갈등을 치유할 비전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양자회담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바란다. 양보하는 사람이 결국은 이긴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