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세와 복지확대에 앞서 고쳐야할 것들

입력 2013-08-15 18:00

정부가 증세 없이 복지 공약도 축소하지 않기로 했지만, 국민들은 이미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경기가 나빠져서 올 상반기에만도 10조원 가까운 세수결손이 발생했다고 한다. 복지 공약이 없었더라도, 즉 지금 수준의 복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증세는 불가피하다. 당장 오지 않을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는 고성장시대를 오직 청와대와 경제 사령탑들만이 허망하게 기다리는 꼴이다.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고 증세와 세정개혁 논의를 시작할 때다. 그렇지만 증세에 앞서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정부 예산의 30%인 103조원을 쓰는 복지 부문에서 예산의 누수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전달체계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지난 3년 동안 6600억원의 복지 예산이 잘못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한 32만명에게 639억원의 복지 급여를 지급했고, 장애인 복지사업 등 복지사업마다 거액이 낭비됐다.

이번 감사원의 조사 결과는 42개 부처·기관의 공적 자료 452종과 131개 금융기관의 금융거래 자료를 받아 만든 사회복지 통합 관리망(사통망)을 통해 지급되는 복지 지출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사통망을 통해 지급되는 복지지출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그나마 크로스체크가 가능한 사통망에서도 누수가 이토록 심각하다면 나머지 90%는 어떤 상태일지 상상이 안 된다. 당장 부족한 복지인력 확충뿐만 아니라 부실한 사통망의 확대와 정비도 시급하다. 그러지 않으면 누구도 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국세청의 개혁이다. 세금 관련 비리만 터졌다 하면 국세청 수뇌부가 연루되곤 하는 현실은 우리나라 국세청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점을 말해준다. 국세청은 그간 숨은 세원 발굴과 징세 기법 선진화 등에서 성과를 냈지만, 문제는 도덕성이다. 국세청이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대기업은 봐주고 힘없는 영세사업자들을 쥐어짠다는 인상을 계속 준다면 국민들은 증세에 흔쾌히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