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 좀더 효율적으로… 교회도 컨설팅 받는다
입력 2013-08-15 17:05 수정 2013-08-15 21:10
서울 녹번동 성암교회, 컨설팅 통해 교회 부속건물 활용도 높여
서울 녹번동 성암교회(조주희 목사)는 2009년 교회 인근에 성암비전센터를 건립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목회자와 교인들이 지역사회를 섬기겠다는 마음을 모아 비전센터를 세웠지만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전문기관을 통해 해법을 찾기로 했다.
조 목사는 15일 “솔직히 지역사회를 위한 섬김은 전통적 목회의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목회자나 교회에게 매우 낯설었다”며 “당회의 허락을 얻어 공교회 기관과 지역사회복지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성암교회가 찾은 곳은 사회복지선교전략 연구기관인 교회와사회복지연구소다. 15개월 간 복지관 관장, 복지재단 대표, 보육기관 원장, 사회복지 NGO 대표 등 복지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이 매주 교회와 지역사회를 오가며 부지런히 활동했다. 조 목사와 성암교회 교인, 동장과 부녀회 관계자 등 30여명이 머리를 맞대고 녹번동 지역 주민들의 니즈(필요)를 분석했다. 성암교회가 그동안 해오던 복지사역에 대한 점검도 했다.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고, 관공서 등을 통해 지역 내 복지서비스의 수요·공급 자료를 분석했다.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수준과 인구 구성 비율은 물론 교인 대상 설문조사 및 교회 재정에 관해서도 샅샅이 살펴봤다.
1년 3개월의 긴 조사 끝에 교회는 지역에 부족한 문화공간(바오밥나무카페)과 자녀와 함께 찾을 수 있는 어린이도서관(다섯콩작은도서관), 방과후 교실,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등의 사역을 시작하게 됐다.
지역사회의 반응은 뜨거웠다. 8000여권의 도서를 소장한 어린이도서관은 500여명의 어린이와 학부모가 회원으로 등록했다. 독거노인 도시락은 지역 복지기관에서 지속적으로 협력을 요청받고 있다. 특히 자원봉사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카페는 한 달에 1800명 이상이 찾았다. 무엇보다 교회를 향한 지역 주민들의 시선이 이전보다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따뜻해졌다.
자연스럽게 교회도 성장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인들의 소속감과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가 행복해 진 것”이라며 “우리교회의 존재 이유에 대해, 교회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교인들이 더 분명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교회와사회복지연구소는 현재 2번째 사업으로 인천의 한 중형교회와 서울의 소형교회 2곳을 컨설팅하고 있다. 컨설팅을 기다리는 교회도 전국에 10여 곳이다. 연구소 배경임 기획국장은 “컨설팅의 목적은 교인 수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섬김의 의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교회들이 자신이 뿌리내린 지역사회에서 공교회성을 회복해 나갈 때 한국교회가 살아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국장은 “개별 교회 컨설팅에서 지역단위의 컨설팅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