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빈민가의 생활상 4년간 기록

입력 2013-08-15 16:47 수정 2013-08-15 15:20


산체스네 아이들/오스카 루이스(이매진·2만8000원)

1956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빈민가 까사그란데. 이곳엔 700여명의 주민들이 단층연립주택 한 칸씩을 차지하고 살고 있다. 마당엔 사람과 개, 칠면조와 돼지가 한 덩어리가 돼 붐비고, 단칸방 벽엔 빈대 핏자국이 지도가 돼 있다.

미국 인류학자인 저자는 멕시코시티로 상경한 이농민들의 연구를 위해 현지 조사를 하다 이곳에 사는 산체스(가명) 가족을 만난다. 쉰 살인 산체스와 그의 네 자녀. 4년 동안 기록된 그들의 삶은 급격한 변화 속에 있던 라틴아메리카 빈민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내용은 기념비적 학술서이면서 기록 문학이라 불릴 만큼 흥미롭다.

“멕시코는 발전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계속 노동자 노릇만 할 것이고, 계속 가난할 것이며, 죽을 때까지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빈민가의 가장’ 산체스가 던지는 이 질문은 5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은 1961년 출간된 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빈곤의 문화’라는 개념을 만든 인류학의 고전이다. 새롭게 펴낸 50주년 기념판에는 저자와 공동연구를 했던 수전 M. 릭든이 쓴 후기가 더해졌다. 이 책의 작업 과정과 관련 논쟁, 산체스 가족의 후일담도 확인할 수 있다. 박현수 옮김.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