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자의 잘못된 결정이 빚은 참담한 비극
입력 2013-08-15 16:47 수정 2013-08-15 15:23
1942 대기근/멍레이 외(글항아리·1만9000원)
“불쌍한 아이들, 그 어린 것들을 이재민들이 잡아먹어버렸다오. 아이들을 잡아 인육으로 만두를 빚어 파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렇게 죽은 아이들의 모자를 모은 사람이 있었는데 광주리 하나가 가득 찼지요.”
잔혹동화에 나오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1942년 중국 허난성 대기근을 직접 겪은 93세 리펑잉 할머니의 쓰라린 회고다. 현지 언론 ‘허난상보’의 멍레이 등 세 기자가 1942년 대기근의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앞서 2009년 류전윈 런민대 교수가 펴낸 장편소설 ‘1942를 돌아보며’로 인해 그동안 중국 정부가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던 참상이 알려진 데 자극 받은 허난상보는 특별취재팀을 꾸린다.
이들은 생존자들을 일일이 탐문하면서 1942년 대기근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임을 밝혀낸다. 1938년 국민당 정권의 장제스는 일본군의 진격을 지연시키기 위해 허난성 정저우 근방 황하의 둑인 ‘화위안커우 제방’을 폭파했고, 이에 따른 범람으로 89만명이 사망한 것은 물론 식량재배 면적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급기야 1942년 지독한 가뭄이 닥쳤을 때 300만명이 아사하게 됐던 것이다. 위정자의 잘못된 결정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탐사취재기다. 고상희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