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집·더 많은 물건이 아닌 것에서 찾은 행복

입력 2013-08-15 16:47


행복의 가격/태미 스트로벨/북하우스

‘행복의 가격’이라는제목 때문에 ‘요즘 쏟아지는, 그렇고 그런 행복 타령이겠군’하며 지나칠 뻔하다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그렇게 비싸지도 않다는 내용의 원제 ‘You can buy happiness(And it’s cheap)’와 자그만 집 앞에서 손 흔드는 사람들의 표지 사진 때문이었다. 무슨 내용일까.

책에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하던 미국 중산층 부부의 180도 인생 전환기가 담겨 있다. 저자 태미 스트로벨과 그의 남편 로건은 젊은 시절 꿈꾸던 직장은 아니지만, 적당한 월급을 받으며 회사에 다녔다. 차 2대를 몰며 장거리 출퇴근에 시달리고, 학자금 대출금 3만 달러(약 3350만원)를 갚느라 허덕였다. 스트레스는 쇼핑으로 풀고,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다. 2006년 디 윌리엄스가 만든 짤막한 유튜브 동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이들은 꼭 필요한 것만 남기는 ‘스마트 사이징’을 통해 2.3평짜리 작고 아늑하며 바퀴 달린 집을 만들었다는 윌리엄스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이때부터 삶을 단순화한다는 발상에 매료돼 일대 전환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불필요한 물건을 나눠주고 버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자동차를 팔고, 급기야 33평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22평짜리 원룸 아파트로 이사한다. 이후 2차례 더 이사 끝에 2011년부터 바퀴 달린 3.6평짜리 집에 살면서 이웃들과 건강한 공동체를 꾸렸다. 태미는 “우리 집은 안전하고, 혁신적이고, 집값도 적당하고, 이동이 가능하며 아주 깜찍하다”고 만족해했다. 그는 다니던 투자관리회사도 그만두고 자원봉사를 시작했으며, 블로그 ‘떠들썩한 새끼 고양이들’을 운영하며 새로운 밥벌이를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모두가 작은 집을 갖자고 선동하거나 그래야 하는 정치적·환경적 근거를 설파하는 대신 담담히 ‘이렇게 바꿀 수도 있다’고 말하는 데 있다. 당장 큰 변화를 꾀하는 대신 실질적으로 해볼 수 있는 제안들이 매력적이다. 물건을 하나 살 때마다 다른 물건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원 인-원 아웃’ 규칙과 3개월간 옷장에 33벌의 옷을 넣어두고 입은 뒤 3개월 뒤 정리하는 ‘프로젝트 333’ 등이다.

저자는 “이 책은 우리 자신과 돈, 시간, 물건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권유”라고 말한다. 지금보다 더 큰 집, 더 많은 물건을 꿈꾸다 더 작은 집, 더 적은 물건에서 행복을 찾은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장세현 옮김.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