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시 여는 개성공단

입력 2013-08-14 23:33

그간의 상실이 금강산 관광·이산가족 상봉의 자산 되어야

개성공단이 천신만고 끝에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다. 남북은 14일 열린 제7차 당국 간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5개 항에 합의했다. 북측의 일방적인 조치로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4개월 만이다. 남북은 지난 6차례 회담에서 유사사태 재발방지 문제와 이번 사태의 책임 주체 문제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으나 양측이 대승적 차원에서 한 발짝씩 양보해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남과 북은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출근, 기업재산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키로 했다. 개성공단을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공단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외국기업들을 적극 유치키로 하는 등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또 개성공단을 왕래하는 남측 인원들의 신변 안전 보장 및 통행 통신 통관 문제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에서 협의키로 하고, 이른 시일 안에 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해당 기구들의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개성공단 파행의 책임이 엄연히 북측에 있음에도 한마디 유감 표명이나 사과도 받지 못하고, 재발 방지 주체마저 남과 북으로 합의한 것에 아쉬움이 없지 않으나 개성공단 정상화라는 대의를 위해 명분을 포기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강경 보수세력의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협상엔 완승이나 완패란 있을 수 없다. 이만 하면 윈윈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표현만 남북으로 돼 있을 뿐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과 북측 근로자 출근, 기업재산 보호 등 개성공단 정상 운영에 필요한 조치의 주체는 북측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와 협력, 평화의 상징이자 통일로 가는 디딤돌이다. 다시는 개성공단의 가동이 멈추는 일이 재발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공단이 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남북 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남북이 개성공단 정상화엔 합의했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금강산 관광은 중단된 지 5년이 넘었고, 남북이산가족 상봉은 2010년 11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한 이산가족의 아픔과 금강산관광 투자 기업들의 피해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장도 이른 시일 안에 마련해야 한다.

북한은 14일 노동신문의 ‘분열의 비극을 끝장내는 것은 시대적 요구’라는 글에서 “북남관계 개선은 조국통일의 전제”라면서 “지금은 대립을 격화시킬 때가 아니라 그것을 해소하고 북남관계를 전진시켜 민족의 활로를 개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북측이 “공통점은 찾고 차이점을 미루는 원칙에서 화해와 협력, 단합과 통일에로 이어져야 한다”며 구동존이(求同存異) 자세를 보인 것은 남북관계 발전에 고무적이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그동안의 대결적 자세에서 벗어나 평화적이고 미래지향적 화해국면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