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당국간 상설협의기구 설치… 북측 ‘돌발행동’ 막아
입력 2013-08-14 22:16 수정 2013-08-15 00:32
합의서 주요내용 분석
남과 북이 14일 합의한 핵심 내용은 사태 재발방지, 안정적 운영, 국제적 수준의 기업 활동을 보장하고 이를 위해 새로운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합의가 우리 측이 계속 강조해온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재가동에 들어가는 개성공단을 더욱 업그레이된 경쟁력 있는 산업단지로 발전시킨다는 의미다.
◇가동중단 재발방지 3중(三重) 보장=남북은 합의서에서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떤 경우에도 정세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공단의 정상운영을 보장하기로 했다. 특히 합의서에는 우리 측 관계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출근, 기업재산 보호 등 재발방지를 위한 핵심 요소를 모두 명시했다. 통행·통신·통관 등 3통(通)에 대한 제도 개선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남북이 함께 개성공단과 관련한 모든 현안을 협의·해결해 나가는 제도적 장치(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마련한 것은 북한의 일방적 조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우리 측 회담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공동위원회에 대해 “북한이 일방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차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문에 명시된 개성공단 내 외국기업 유치, 특혜관세 인정 등도 재발방지를 위한 의미가 담겨 있다. 정부 당국자는 “합의서 자체와 공동위원회, 공단 국제화는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3중 보장장치”라고 말했다.
합의에는 그동안 공단 입주기업이 입은 피해에 대해 북한 당국이 보상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북한이 피해 보상에 나선다는 데 동의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이 향후 피해 보상에 실제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개성공단 국제화 기틀 마련=합의에는 공단이 그동안의 파행을 딛고 명실상부한 국제 수준의 공단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청사진이 담겨 있다. 우리 측이 그간 회담에서 중시했던 부분이다. 외국기업 공단 유치 장려, 노무·세무·임금·보험제도 발전, 생산제품 제3국 수출 시 특혜관세 인정, 남북 공동 해외투자설명회 추진 등이 핵심이다. 이 같은 발전 모델은 과거 남북이 합동으로 중국 베이징, 톈진, 상하이, 쑤저우 경제특구 등 해외 공단을 시찰한 데서 착안됐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경제특구나 중국-베트남 경제특구보다 국제화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공단이 얼마나 국제화될지, 북한이 합의한 대로 향후 적극성을 갖고 투자 유치에 나설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남북 당국 간 상설 협의기구 구성=남북이 개성공단 관련 문제를 논의할 상설 협의기구인 개성공단 남북공동위 구성에 합의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 이상 북측의 일방적인 돌발행동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우리 측 의지가 반영됐다. 이는 중국-싱가포르 합작 쑤저우 공단 운영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쑤저우 공단 운영을 위한 양국 정부 협의체인 연합협조이사회(JSC)처럼 남북도 당국 간 협의체를 만든다는 뜻으로, 북측이 먼저 제안했다. 정부 관계자는 “조만간 공동위를 구성해 1차 회의를 열고 분과위 가동 등 후속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핵심 쟁점 남북이 서로 양보=이번 회담의 핵심 쟁점이던 사태 재발방지의 주체는 결국 ‘남북’ 모두로 명시됐다. 우리 측은 줄곧 회담에서 파행 사태 원인이 북한에 있는 만큼 재발방지의 주체 역시 북한이 돼야 한다는 점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7차 회담에선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재발방지 보장의 주체를 ‘남북 공동’으로 하되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 보호 등 북한이 취해야 할 핵심적 조치를 명기하는 우회적 방식을 택했다. 정부 당국자는 “재발방지의 주체는 남북으로 돼 있지만 내용은 사실상 북한이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측도 우리 측의 ‘정치·군사적 위협’을 더는 거론하지 않았다.
개성=공동취재단,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