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성규] 稅收펑크 심각한데… 정부는 ‘묻지마 낙관’

입력 2013-08-14 18:26 수정 2013-08-14 22:44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가계가 있다. 정상적인 가정이라면 수입에 따라 지출을 줄일 것이다. 꼭 써야 할 곳이 많아 도저히 지출을 줄일 수 없으면 마이너스통장이라도 만들어 재정 파탄을 막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세제 개편안 수정 사태에서 보듯 정부는 가계보다 못한 ‘묻지마’ 재정을 운영하고 있다. 가계는 마이너스통장이라도 만들 수 있지만 정부는 재정 건전성 유지 때문에 마이너스통장(국채 발행)도 마음대로 만들지 못하니 어찌 보면 더 어려운 처지인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 갇혀 수입(세수확보)이 지출(복지확충)을 따라갈 수 없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우선 쓰고 보자”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당장 상반기에만 10조원의 세수가 펑크 났고, 소득세제 개편안이 수정되면서 연 4400억원의 세수 감소분이 발생했다. 정부는 연 4400억원 감소분은 공약 가계부상 여유 재원으로 메워질 수 있다고 하지만 135조원에 이르는 공약가계부 재원 조달이 큰 벽에 부닥친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현오석 부총리는 14일 “현재로서는 큰 차질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만 말했다.

그렇다고 정부한테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경기가 살아나길 기대하면서 세무조사 강화를 통해 세수를 쥐어짜겠다는 정도다. 정부 바람대로 경기가 확 살아나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 상황으로는 급격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사 경기가 올 하반기 바닥을 찍고 회복한다 해도 이명박(MB)정부의 감세 효과가 지난해부터 서서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공약가계부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지난해 세수는 정부 예상액(205조8000억원)보다 2조8000억원 적은 203조원에 그쳤다. 세수가 예산안 당시 예상치보다 적게 걷힌 것은 2004년 이후 8년 만이다. 이어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세수부족 사태는 경기부진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지난 정부의 감세 효과가 2∼3년 잠복기를 거쳐 발생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법인세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과표 2억원 초과 기업 세율을 2009년 25%에서 3년새 20%로 5% 포인트나 내린 게 화근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지난 정부의 감세를 원점으로 되돌려놓든지, 아니면 재정 상황에 맞게 복지공약을 수정해야 한다. 곧 정부는 2013∼2017년 중장기 재정운용 계획을 세운다. 일단 해보고 집권 2∼3년차에 상황이 악화되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는 안이한 생각은 또다시 엉터리 중장기 계획을 만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정상적인 가정주부의 시각에 서서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세종= 경제부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