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 후폭풍] 與까지 ‘증세없는 복지’ 논쟁 가세… 靑 당혹
입력 2013-08-14 18:04 수정 2013-08-14 15:47
청와대는 14일 ‘증세 없는 복지’ 논란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일단 직접적인 증세는 없고 공약 수정도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는 있지만 정치권에서 진행되는 논의도 예의주시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세제 개편안이 논란이 되자 12일 원점 재검토를 주문하며 직접 조기 진화에 나섰다. 이에 정부가 세 부담 기준선을 높이는 수정안을 13일 서둘러 내놨다. 하지만 여당까지 가세해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논쟁으로 불이 옮겨붙자 청와대에서는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특히 청와대는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높이거나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확대하자는 야당의 주장에 부정적이다. 박 대통령이 후반기 국정운영 목표를 경제 활성화에 두고 박차를 가하려는 마당에 대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내에서 제기된 복지공약 재검토론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입에 올리기조차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 벌써부터 공약을 번복하는 것은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정부는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단계”라며 “당장은 최대한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국정과제를 추진해야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본인도 복지 축소를 포함한 공약 수정은 없다고 여러 차례 못박았다.
다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정부가 매년 나눠서 복지 재원을 조달하기로 한 만큼 세출이 절감되는 상황과 경제 회복 추이를 지켜보며 공약 이행의 우선순위를 미세하게 조정할 수는 있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공약 수정에 대한 청와대의 지나치게 신중한 기조가 오히려 정치권의 논란을 키우고 있어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청와대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논쟁은 실제 정부 방침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우려가 크다. 세금을 납부하고 공약의 혜택을 입는 당사자인 국민 입장에서는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세제 개편안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이 직접 논쟁을 정리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미래 경제상황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선 때를 기준으로 기존 입장만 고수하는 것도 향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개인 소신에 집착하기보다 증세 없는 복지는 힘들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 앞에 솔직하고 융통성 있게 국가경제의 청사진을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을 중심으로 높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