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유혈사태 한달간 국가비상사태 선포

입력 2013-08-14 18:06 수정 2013-08-15 01:05

이집트 군부가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세력이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농성장에 장갑차와 불도저를 이용해 강제 해산작업을 벌였다. 시위대 해산과정에서 유혈 충돌이 벌어져 시위대 수백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지는 등 화염과 최루가스에 휩싸인 카이로는 피로 물들었다.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과정에서 쿠데타라는 외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군부로서는 무르시 지지 시위대를 무력을 동원해 강제 진압해 ‘학살’을 저질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이와 관련, 아들리 만수르 임시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날 오후 4시부터 한달 동안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이집트 군경은 이날 오전 7시쯤 지난달 3일부터 무르시 지지자들이 연좌농성을 벌이던 카이로 동부 나스르시티 라바 광장과 남서부 카이로대학 앞 나흐다 광장에 최루탄 등을 쏘며 진압작전을 벌였다. 군경은 모래주머니와 벽돌로 쌓아올린 벽을 불도저로 허물고 화염병을 던져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에 맞서 시위대도 화염병을 투척하며 대항했다. 방독면을 착용한 사람도 있었다. 일부는 떼를 지어 경찰 차량을 밀어 전복시키려다 경찰에 연행됐다. 중부도시 소하그에서는 무르시 지지자가 교회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질렀다. 소하그는 콥트 기독교인이 밀집한 도시다. 오전에만 라바 광장에서 50명, 나흐다 광장에서 150명 등 시위 참가자 200명이 가스통과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AFP통신은 의료진 등의 말을 인용해 진압과정에서 최소 124명의 시위대가 숨졌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라바 광장 인근 병원에서 시신 94구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시위를 주도하는 무슬림형제단의 대변인 게하드 엘 하다드도 트위터로 진압 상황을 전파했다. 그는 군경의 해산작전이 시작된 지 2시간 만인 오전 9시쯤 최소 10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후 사망자는 1시간도 안 돼 200명, 350명으로 늘어났고 오전 11시와 낮 12시쯤에는 600명, 2000명으로 불었다. 그가 전한 부상자 수는 최대 8000명에 달했다. 사망자 중에는 무슬림형제단 지도부인 무함마드 엘베타기의 10대 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집트 내무부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농성 진압과정에서 최루탄만 쐈을 뿐 실탄을 발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농성 진압과정에서 경찰관 6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집트 군경은 나흐다 광장과 연결된 모든 도로를 봉쇄했다. 외신들은 카이로 외에도 지중해 도시인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페이윰 등에서도 유혈 충돌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군부가 미국 등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르시 지지세력에 대한 유혈진압에 나서면서 정치적 해결을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내무부는 “경찰이 최대한 자제력을 갖고 시위대를 해산했다”고 밝혔지만 극한 대립을 피하지 못했다.

터키와 카타르, 이란 등은 군부의 유혈진압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무르시 축출을 쿠데타로 규정했던 터키는 군부를 맹비난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