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北협상태도… ‘재발방지 주체’는 기존입장 고수
입력 2013-08-14 17:58
20일만에 재개된 개성공단 회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7차 남북 당국 실무회담이 열린 14일 남북한은 합의서 수정안을 각각 제시하면서 오후 늦게까지 협의를 가졌다. 20일 만에 열린 회담은 6차 회담과는 달리 초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재발방지 주체 놓고 협상 지속=남북 양측은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내 회담장에서 유사 사태의 재발방지책을 중심으로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한 입장 조율을 벌였다. 양측은 전체회의에 이어 오전 및 오후 수석대표 회담을 통해 핵심쟁점인 재발방지 주체 문제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북한은 오전 회담에서 그동안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빌미로 삼았던 우리 측의 ‘정치·군사적 위협’에 대한 언급은 배제했다. 6차 회담까지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개성공업지구의 정상운영에 저해를 주는 정치적·군사적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7차 회담에선 이런 조건을 삭제한 것이다. 이 언급은 지난 3차 회담에서 등장한 이후 6차까지 북측이 계속 합의문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문구로, 북측 협상태도가 일부 전향적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측은 재발방지 주체로 ‘남과 북’을 모두 지목한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기본 입장은 1주일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특별담화 내용과 같다”고 말했다. 북측은 아울러 근로자 임금 인상 문제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측은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가 북한인 만큼 재발방지 주체 역시 북한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재발방지 보장에 중점을 두고 개성공단공동위원회, 개성공단 국제화 등을 위한 방안을 설명했다. 우리 측은 지금까지 4차례, 북측은 7차례 수정된 합의서를 교환하면서 협상을 이어갔다.
◇북측 “좋은 작황 나올 것”=남북 회담 수석대표의 만남은 북측의 돌발행동과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끝난 지난달 25일 6차 회담과는 확연히 달랐다. 오전 10시 시작된 전체회의에서 두 수석대표는 이전처럼 날씨 얘기로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북측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총국 부총국장이 먼저 “꼭 20일 만에 만났는데 날씨도 변하고 분위기도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여유 있는 표정의 우리 측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오늘 일곱 번째로 이렇게 마주앉는다는 것 자체가 우리 남북 대표들이 다뤄야 할 문제가 그렇게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남북 대표가 한마음으로 노력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부총국장은 “우리가 공업지구를 놓고 품앗이를 하는데 날씨도 좋고 서로 김을 잘 매면 참 좋은 작황이 나올 것 같다”며 “충분히 우리가 대화할 김을 다 맸다고 생각한다. 8월 15일을 앞두고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류 장관 “남북 신뢰 계기로 삼아야”=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초청 강연회에서 “개성공단 사태를 남북이 신뢰를 쌓는 계기로 삼아야 하며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를 일으켰는데, 여기서부터 남북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겠고, 그런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동취재단,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