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마의 3일’ 블랙아웃 넘겼지만 위기 여전

입력 2013-08-14 17:53 수정 2013-08-14 22:47

사상 최악의 전력 위기가 닥칠 것으로 예고됐던 ‘마(魔)의 사흘(12∼14일)’은 산업체와 시민들의 절전 노력으로 무사히 넘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나서는 등 집중적인 홍보로 수요 감축을 이끌어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무더위가 다음달 중순까지 예보돼 있고,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이 이달 말 마무리돼 돌발 변수는 남아 있다.

전력거래소는 14일 오후 3시 피크시간대의 비상수급대책 시행 기준 전력수요가 7245만㎾, 공급능력은 7753만㎾로 예비전력이 508만㎾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한때 예비전력이 떨어지며 ‘준비’ 단계가 발령되기도 했지만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다. 전력거래소는 오후 1시42분 순간 예비전력이 450만㎾ 아래로 떨어지자 준비 단계를 발령했다. 경보는 오후 5시30분 해제됐다.

이날 준비 단계 발령은 전날 오전 11시19분에 준비 단계가 발령됐던 것과 비교하면 2시간 이상 늦어진 것이다. 12일에는 오전 10시57분에 준비 단계 발령이 내려진 걸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전력 수급 상황이 좋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종만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장은 “무엇보다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대한민국 국민의 힘으로 전력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흘 동안 최악의 상황인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은 피했지만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기상청이 다음달 중순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보해 전력 수요가 언제든 급증할 수 있다. 또 사흘이라는 기간을 강조해 국민적 동참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사흘이 지난 후에는 ‘이제는 전기를 마음껏 써도 괜찮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이 이달 30일 마무리되는 것도 또 다른 변수다. 산업체는 마의 사흘 동안 절전규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절전에 동참했다. 절전 규제로 인한 감축 예측치는 230만㎾였지만 12, 13일 동안 각각 301만㎾와 323만㎾의 전력을 아꼈다. 산업체의 전력 수요 감축 없이 9월을 맞이해야 하지만 2011년 9·15 순환단전에서 보듯 9월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유례없는 폭염과 열대야 등 어려운 가운데도 절전 노력에 동참해주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능력 확대와 함께 수요 측면에서도 우리 경제·산업 구조를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