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위선양·국민의례·동장군·물류·택배·달인… 우리말 속 일본어 찌꺼기 심각하다

입력 2013-08-15 05:09


“흔히 쓰는 ‘국위선양’이란 말의 유래를 아세요? 국립국어원은 나라의 권위를 뜻하는 ‘국위’와 명성을 널리 떨치게 한다는 ‘선양’이 합쳐져 ‘나라의 권위나 위력을 널리 떨치게 함’이라고 풀이하죠. 하지만 이 말은 일본 메이지 원년 때 메이지 왕이 ‘신하들은 천황을 도와 국가를 지키고 황국신민을 있게 한 시조신을 위로해 일본을 세계만방에 알리자’며 내린 말이에요. 우리가 이 말을 계속 쓰는 건 메이지 시대의 신민임을 자처하는 꼴이 되는 거죠.”

이윤옥(54·사진)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은 14일 인터뷰에서 ‘국위선양’을 비롯해 우리말 속 일본어 잔재를 언급하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2010년 ‘사쿠라 훈민정음’(인물과사상사)을 발간한 데 이어 최근 ‘오염된 국어사전’까지 펴내며 우리말 속 일본어 찌꺼기에 대한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는 학자다.

일본어를 전공한 그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말들을 연유도 모른 채 우리가 쓰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한국과 일본의 고문헌과 각종 자료를 찾아 그 연유를 밝혀내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그렇게 찾아낸 ‘국위선양’을 비롯해 ‘국민의례’ 등이 일본 제국주의 문화가 담겨 있는 대표적인 말들이다. 겨울 추위를 일컫는 ‘동장군’과 자주 쓰는 ‘기모’ ‘단스’ 등의 단어도 일본어에서 유래했다.

그는 “물류, 택배, 달인 등의 표현도 모두 일본어에서 왔다”며 “어차피 한자 문화권이니 중국 한자나 일본 한자가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다른 외래어와 달리 일본어 사용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표준국어대사전이 일본어 잔재 청산에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비판하는 의미에서 이번 책 제목을 ‘표준국어대사전을 불태워라’로 정하려 했다. 하지만 너무 강하다는 지적에 채택되진 않았다. 그는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의 ‘온라인 가나다’에 ‘이 단어는 일본식 표기 아니냐’고 물으면 ‘일본식 한자어 표기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가 없어 답변 드리기 어렵다’며 제대로 답을 못 한다”며 “일본말로 잘못 분류된 한국어도 있고 총체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우리 국민이 국어 사용에 좀 더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그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본말은 무심히 쓰고 있다”며 “일본어 잔재가 담긴 어휘는 우리말로 순화해서 쓰는 등 일본어 찌꺼기를 걷어내야 민족적 자부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