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조선신궁 건립으로 훼손… 남산 한양도성 100년 만에 발굴
입력 2013-08-14 17:42 수정 2013-08-14 23:50
일제강점기 조선신궁 건립으로 훼손된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사진)이 1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남산 회현자락 3단계 정비사업 구간인 중앙광장 일대에서 발굴에 들어간 이후 확인된 한양도성 터를 14일 공개했다. 이 한양도성 터는 성곽 추정선 12곳 중 먼저 시굴한 분수대 근처 3곳이다. 지표면에서 3m 깊이에 4∼5단 또는 6∼7단 형태로 발견됐다. 성곽 기둥 구멍인 ‘영정주공’도 확인될 만큼 보존 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회현자락 한양도성은 경성·용산시가도(1912년) 등에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곳이다. 시는 이번 발굴에서 공간유적이 함께 발견되지 않아 정확한 축조 시기를 알 수는 없지만 형태 등을 감안할 때 조선 태조 때 축조된 뒤 세종 때 개축 등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현자락 한양도성은 일제가 1918년 메이지천황 등에 대한 참배를 강요하는 종교시설 조선신궁 건립을 시작하면서 일부가 철거되는 등 훼손됐다. 또한 광복 후인 1945년 9월 6일 조선신궁은 철거됐으나 이후에도 이승만 대통령 동상 건립(1959년), 동·식물원 및 분수대 설치(1970년) 등으로 수난을 겪었다.
특히 이번 발굴에서는 한양도성 옆으로 조선신궁의 잔재로 보이는 특이한 콘크리트가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회현자락 한양도성이 침략에 따른 인류문화유산 훼손 과정을 거친 역사적 장소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유리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는 올 연말까지 회현자락 3단계 구간에 대한 발굴을 마치고, 2015년까지 정비·보존 작업도 완료할 계획이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