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 후폭풍] 연소득 5500만원 이하 모두 세금 늘지 않는 것 아니다

입력 2013-08-14 17:41 수정 2013-08-15 00:48


세제 개편안 수정으로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세 부담이 늘지 않는다는 정부 주장의 오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적 조건에 따라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14일 한국납세자연맹 등에 따르면 배우자와 6세 자녀 한 명을 둔 연소득 4000만원의 근로자가 인적공제 550만원과 표준공제 1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는 연간 161만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 하지만 세제 개편안 원안을 적용하면 세금이 179만원으로 상승하고,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늘린 수정안을 적용하더라도 세금이 163만원이 부과돼 종전보다 2만원 늘어난다. 표준공제는 공제 신청을 별도로 하지 않는 이들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공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주로 의료비나 교육비 지출 여력이 없는 경우 표준공제를 신청하는 사례가 많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세제 개편안을 수정하면서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원포인트 수정안’을 내놨다.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기존 50만원에서 66만원으로, 5500만원 초과~7000만원 이하 근로자는 공제 한도를 50만원에서 6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경우 원안에서 16만원의 세금을 추가 부담했던 연소득 4000만원 초과~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추가 부담이 사라진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세액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제 한도를 늘린 효과가 세금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기재부가 세 부담을 설명하면서 평균치를 적용한 셈법을 썼기 때문이다. 원안과 수정안에서 제시됐던 4000만원 초과~7000만원 이하 구간의 세 부담 16만원도 평균을 낸 것이다.

정부 주장을 뒤집는 근거는 또 있다. 국세청의 ‘2012년 국세통계연보’(2011년 소득분)에 따르면 연소득 3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1인당 평균 근로소득세액공제는 34만3201원이다. 4000만원 초과~4500만원 이하(40만3141원), 4500만원 초과~6000만원 이하(45만3708원) 등 5500만원 이하 근로자 다수는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인 50만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 주장과 달리 늘어난 공제한도만큼 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결과적으로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세제 개편안을 적용하면 세액공제 방식으로 과세표준이 오르기 때문에 공제 한도를 충분히 채울 수 있다”며 “산출 세액은 늘어나지만 세액공제도 늘기 때문에 결정세액이 같아져 세 부담이 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설명을 전체 근로자 가구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이번 세제 개편안 수정안은 세무기술적인 측면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5500만원 이하에서 세금이 늘지 않는다는 것은 평균치에 의한 통계 착시”라고 비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