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 vs “무모함” 야스쿠니 신사 앞 태극기 인증샷 열풍 엇갈린 반응

입력 2013-08-15 05:13 수정 2013-08-15 05:32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태극기를 펼쳐 들고 사진을 찍는 ‘태극기 인증샷’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휴가나 방학을 이용해 일본에 가는 젊은 여행객 사이에 이 인증샷을 찍기 위해 태극기를 챙기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8일 한 포털사이트의 일본여행 커뮤니티에 태극기 모양의 현수막을 펼쳐 들고 야스쿠니 신사 앞에 서 있는 남성 사진이 올라왔다. 가로 세로 각 1m 정도 크기의 태극기 현수막에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 게시물을 올린 회원은 사진과 함께 ‘광복절을 앞두고 전범들을 신격화한 야스쿠니 신사에 자랑스러운 우리 태극기를 펼쳐 보이려고 여름휴가를 맞아 이 곳을 찾았다’고 적었다. 그는 ‘일본 우익세력의 반발을 우려해 새벽 5시에 왔다’며 ‘실제 일본 경찰과 일부 극우단체의 제지가 있었다’고도 했다. 이 글은 조회 수가 1500건에 달할 만큼 관심을 끌었다. 한 회원은 ‘다음 일본 여행 때 (사진 속) 태극기 현수막을 빌리고 싶다’고 댓글을 달았다. 이 커뮤니티에는 ‘일본 여행을 가는 학생인데 태극기를 준비해 갈 것’이라고 적힌 게시글도 잇따라 올라왔다.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일본에서 태극기 인증샷을 찍겠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유명 취업 카페에는 ‘동이 트자마자 인증샷을 찍으러 가면 안전하다. 혹시 인증샷 촬영에 실패해도 일본 현지에서 태극기를 흔들었다는 데 의미를 두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지난달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야스쿠니 신사 사진을 올리면서 ‘이곳에 한국의 기운을 팍팍 불어넣고 왔다’고 했다.

여행객들이 역사의식을 가지고 일본에 ‘흔적’을 남기겠다는 것이지만 ‘무모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취지는 좋지만 일본 우익의 성지 같은 곳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광복절에는 30대 한국 남성이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태극기를 펴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다 일본인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일본 경찰에 연행됐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