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 누명쓸 뻔한 금감원 간부 수사 알고보니… “추가 수사” 읍소가 부른 반전
입력 2013-08-14 17:39 수정 2013-08-15 00:59
민주당 김종률 전 의원의 한강 투신 사건은 뒤집어 보면 5억원 뇌물수수 혐의로 20여일 구속됐던 금융감독원 윤모 연구위원이 누명을 벗은 사건이다. 그를 구속하며 “(뇌물수수를) 99% 확신한다”던 검사에게 윤 위원은 “내가 돈을 받지 않았을 ‘1%의 가능성’도 조사해 달라”고 읍소했다.
‘혹시나’ 해서 진행된 추가 수사로 김 전 의원의 ‘배달사고’라는 진실이 드러났고, 김 전 의원과 윤 위원의 운명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완벽한 덫에 갇혀 억울한 죄를 뒤집어쓸 상황에서 ‘1%의 무죄 가능성’이 ‘99%의 정황증거’를 뒤엎은 것이다.
서울남부지검은 2011년 줄기세포 업체 알앤엘바이오로부터 부실회계 무마 청탁과 함께 5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윤 위원을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정황증거가 뚜렷하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도주 우려가 있고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돈을 건넸다는 김 전 의원의 진술, 돈을 건네는 걸 봤다는 운전기사의 진술, 알앤엘바이오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을 토대로 윤 위원의 뇌물수수를 확신했다. 알앤엘바이오가 2011년 금감원 조사에서 분식회계 부분을 고발당하지 않은 점도 유력한 정황이 됐다.
윤 위원은 줄곧 “돈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담당 검사는 그에게 “당신이 돈 받은 증거가 99%다. 자백하라”며 추궁했고, 윤 위원은 “아닐 가능성 1%도 제발 조사해 달라”고 읍소했다고 한다. 일단 그를 구속한 검찰은 윤 위원의 일관된 주장과 금감원 직원들 사이의 평판 등을 감안해 혹시 모를 ‘무죄 가능성 1%’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뇌물 수사에선 이례적인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했다. 윤 위원은 ‘진실’, 김 전 의원은 ‘거짓’ 반응이 나왔다. 이어 윤 위원에게 출퇴근을 어떻게 하는지 묻고 “지하철을 탄다”는 답변에 교통카드 추적이란 아이디어를 냈다. 김 전 의원이 돈을 전달했다는 시각, 윤 위원은 집 근처 지하철에서 교통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질신문에선 돈을 건넬 때 함께 있었다는 제3의 인물 대목이 결정적이었다. 김 전 의원은 “윤 위원이 한 명을 데리고 나와 셋이 식사했다”고 주장했는데, 대질신문에서 윤 위원이 “내가 그 사람을 뭐라고 부르더냐”고 묻자 김 전 의원은 머뭇거리며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검찰은 이런 조사 결과를 종합해 김 전 의원에게 자백을 받아냈다.
윤 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억울함이 밝혀져 다행”이라며 “1%의 가능성을 조사해준 검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를 “무고한 사람이 구치소에 수감됐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재경 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사건의 진실은 범인이 100% 알고, 검사는 50%만 알고, 판사는 30%밖에 모른다. 그래서 도둑 10명을 놓쳐도 1명의 무고한 자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어느 검찰청 한 구석에 ‘제2의 윤 위원’이 앉아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