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급’ 우리투자증권 매물로… 누구 손에 잡힐까
입력 2013-08-14 17:29
우리금융그룹 민영화의 핵심 매물인 우리투자증권의 매각 절차가 시작된다. 당장 KB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 등 공룡 지주사들이 인수 의사를 밝히고 나서는 등 시장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에 포함된 6개 계열사를 어떻게 쪼개 파느냐에 따라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16일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자산운용, 우리저축은행, 우리파이낸셜, 우리F&I 등 6개 계열사를 묶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 공고를 낸다고 14일 밝혔다. 패키지의 매각 예상가는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의 매각 주체인 우리금융에 ‘4+1+1’의 매각 방식을 제안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우투증권에 우리아비바생명·우리자산운용·우리저축은행을 묶고, 비교적 경쟁력이 있는 우리파이낸셜과 우리F&I는 별도 매각하는 안이었다. 그러나 최근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우리금융이 이를 모두 쪼개 팔더라도 용인할 방침이다. 최대한 시장의 요구에 맞춰 유연하고 신속하게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다. 당국은 특히 우투증권 패키지가 성공적으로 팔려야 내년 초 이뤄질 우리은행 계열 매각도 분위기를 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K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며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대상이 무엇인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우투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시너지 창출 극대화라는 지향점을 토대로 그동안의 인수·합병(M&A) 사례를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도 이미 지난달 우투증권 인수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두 금융회사 모두 업계 2위(자기자본 기준)인 우투증권을 인수, 계열 증권사와 합병할 경우 단숨에 업계 수위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여기에 하나금융, HMC투자증권을 보유한 현대차그룹, 미래에셋금융그룹 등도 우투증권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외국계 자본의 경우 최근 외국 금융사들이 잇따라 한국을 떠나는 등 우리 금융 산업의 규제 강화 흐름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참여 여부는 미지수다.
이번에 팔리지 않는 계열사는 내년 초 시행될 우리은행 패키지 매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6개 계열사의 분할 방식을 미리 정해놓을 필요는 없다”며 “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협상을 통해 나머지 계열사들의 매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투증권 계열을 제값 받고 팔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시장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라며 “가장 인기 있는 매물인 만큼 최대한 신속하고 비싸게 팔아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 성공의 기틀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