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통일·복음화 기원하며 하루 25∼30㎞ 행군

입력 2013-08-14 17:26 수정 2013-08-15 10:13


기독 청년·대학생 ‘국토기도대장정 위두웍’ 동행 취재기

도로는 거대한 찜통 같았다. 유난히 지독한 불볕 날씨에 한두명 뒤쳐지기 시작했다. 다리를 절룩거리는 이들, 길가에 주저앉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위두웍 미니스트리(단장 이규 목사)가 지난달 22일부터 시작한 국토기도대장정의 마지막날인 14일, 판문점과 문산 방향 1번 국도를 청년들이 걷고 있었다. 전남 해남과 부산에서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모두 660㎞를 걷는 길의 마지막 16㎞ 구간이었다. 기독 청년·대학생 등 50여명이 남은 힘을 다해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아스팔트 위를 걸은 지 2시간째, 같이 걷는 기자의 몸에서도 슬슬 경고음이 나기 시작했다. 비 오듯 흐르는 땀, 발바닥과 무릎을 파고드는 통증. 나무 그늘에 주저 앉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도대체 왜 이런 고생을 하는지…’ 회의감까지 밀려왔다. 왜 위두웍(We Do Walk) 미니스트리는 이렇게 힘든 행사를 3년째 하고 있는 것일까.

“함께 걸으면서 위기의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들을 ‘오병이어’처럼 드리고 싶었어요. 위두웍은 한국교회가 민족열방을 향해 십자가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국토를 종단하며 기도하고 예배하는 행진입니다.”

단장 이규 목사의 말대로 였다. 23박 24일의 마지막까지, 대원들의 눈빛은 생생했다. 일거수일투족은 군인의 행군을 방불케 했다. 대원들은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기도를 드리고 다음 목표지를 향해 걸었다. 하루 25∼30km를 이동했다. 더운 날씨를 조금이라도 피하려면 동트기 전에 움직여야했다.

저녁 때면 대원들의 숙소는 야전 병원이었다. 발에 밴드며 반창고를 붙이지 않은 대원들이 없었다. 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었다. 힘든 여정 속에서도 부산과 대전, 천안 서울 임진각 등에서 10회의 부흥집회를 열었다. 지역 목회자와 교회, 성도들이 복음으로 연합하고 그 지역 예배자와 찬양팀이 함께 했다.

지난해에 이어 참석한 김동광(37·회사원)씨는 “육체적으로는 고통스럽지만 또 찾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면서 “여러 장기가 모여 한 몸이 만들어지듯 한국교회가 아름답게 연합하고 예수 사랑을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전요원을 맡은 강현아(21·이화여대 사회교육학 2년)씨는 “하나님께서 함께 해 주셔서 내 체력 이상의 힘을 낼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문이 열리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걸음이 멈췄다. 더 이상 갈 수 없다. 최북단 임진각에 다다랐다. 대원들은 자유선언문을 낭독하며 북한동포의 자유를 기원했다. “편익 때문에 통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서 고통 받는 이웃이 있기에 통일을 만들겠다.” 끝까지 함께한 이들에게는 기념 풋 페인팅 액자가 증정됐고, 참가 학생에겐 봉사활동인증서가 발급됐다.

파주=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