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리 책임 묻고 근본 대책 마련해야
입력 2013-08-14 17:22
관리 책임 묻고 근본 대책 마련해야
폭염이 이어지면서 최악의 전력난으로 예상됐던 고비가 무사히 넘어갔지만 안도하고 있어서만은 안 된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절전에 동참한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고 방심하다가 언제 또다시 전력부족 사태가 초래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관련 당국은 이번 ‘전력 가뭄’의 원인이 무엇인지 면밀히 분석하고 관련자에 대해 책임을 묻는 한편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전력 보릿고개’로 예상됐던 8월 12∼14일 사흘이 별 탈 없이 지나갔다. 당초 원자력발전소 6기의 가동 중단으로 이 기간 최대 전력 공급량이 7767만㎾에 그치는 반면에 전력 수요는 이를 훌쩍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2011년 ‘9·15 대정전’의 공포가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웠다. 원전이 추가로 고장이라도 나면 큰일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실제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전력 시스템이 갑자기 중단되는 블랙아웃(대정전) 사태는 물론 순환단전도 없었다. 민간 발전기를 가동하는 등 특단의 ‘쥐어짜기’로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그러나 대기업과 백화점 등 전력 다(多)소비 업체는 강제절전에 돌입하고 국민들은 무더위에도 에어컨 가동을 아끼며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관공서는 강도 높은 절전으로 찜통 속에서 근무하면서 업무효율 저하는 물론 극기훈련이나 다름없이 보내야 했다. 한여름 블랙아웃이 초래할 국가적 피해와 불편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조치이겠지만 정부와 전력 당국의 잘못으로 피해를 국민과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아서야 되겠는가. 게다가 전력 수요 관리에 쓴 비용이 12일 하루에 41억4000만원에 이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하니 사흘 동안 들어간 비용만 12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엄청난 대가를 치른 셈이다.
과거 전력불안은 여름과 겨울철에 주로 나타났지만 최근 들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만성화됐다. 전력 사용량이 연중 가장 적다는 지난 4월에 발전시설이 잇따라 멈추는 바람에 예비전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전력수급 경보 준비 단계를 발령할 정도였다. 전기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공급이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변에는 정부의 안이한 원자력발전소 관리, 원전 비리, 부실한 수요 예측 등이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언제까지 전력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비상 상황에서는 전기를 아껴 쓰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 절전에 호소하는 건 땜질식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확한 수요예측을 통해 공급량을 확보하고 수요를 줄일 방안을 강구하는 게 중요하다. 툭하면 멈춰 서는 원전에 대해 비리를 철저히 파헤치고 관리를 제대로 하는 한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전기요금을 점진적으로 현실화하는 게 필요하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에너지 절감형으로 바꾸는 등 에너지 소비효율을 높이는 것도 늦출 수 없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