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훈국제중 취소 오락가락하는 교육부
입력 2013-08-14 17:16 수정 2013-08-14 20:52
교육부의 무소신 갈지자 행보가 해도 너무한다. 한 달도 안 돼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번복하고 있으니 백년대계를 책임진 부처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사립대학들의 직원연금 대납 환수 문제나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포함 문제 등에 대한 정책을 뒤집더니 추잡한 입학 비리가 드러난 영훈국제중학교 지정 취소를 놓고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교육부는 14일 국제중 등 특성화중과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를 교육감이 직권으로 상시 지정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달 영훈국제중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학원 이사장 등이 돈을 받고 학생들을 입학시키고 9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하는 등 대규모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지정 기간인 5년이 안 돼 국제중 지정을 취소할 수 없다는 허점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정작 법령을 만들도록 원인을 제공했던 영훈중은 쏙 빠지게 됐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 운영되는 국제중은 언제든지 그 지위에서 배제시킬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하자 교육부는 서둘러 법령을 고쳤지만 소급 적용될 수 있는 별도의 근거조항은 마련하지 않았다. 영훈중 학부모들의 탄원이 잇따르고 위헌 및 소급입법 논란이 일자 슬쩍 발을 빼고 서울시교육청으로 공을 넘긴 것이다. 대통령 지시 후 영훈중부터 법령을 적용하겠다던 기세와는 영 딴판이다.
더 이상 국제중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영훈중을 그냥 덮고 가고 앞으로 비리가 드러나는 학교부터 철퇴를 가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엄정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학교를 지정 취소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강변해 왔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근본 처방이 아니라 관선 이사 파견 등 미봉책으로 부유층 자녀들의 귀족학교로 전락한 영훈중을 감싸고 돈다면 괜한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