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종배] 하절기 절전대책과 이별하는 법

입력 2013-08-14 17:22


2011년 9·15 순환정전 이후 우리는 항상 전력위기 속에서 여름과 겨울을 반복해서 보내고 있다. 이번 여름에도 예외가 없다. 하지만 전기절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그리 신통치 않은 듯하다.

언제부터인가 전기에너지는 우리에게 사용하기 편하고 값싼, 이상적인 에너지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이번과 같은 전력위기가 우리나라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1970년대를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오일쇼크 때 ‘한집 한등 끄기’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고, 90년대 초반에도 전력위기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지금과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전기는 정말 아껴 써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전기는 싸고 편리하다는 장점으로 기존의 가스나 다른 연료의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하절기 전력피크 발생은 어쩌면 필연적 결과다.

전기도 해외에서 수입한 원료로 생산되는 비싼 고급 에너지이지만 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한참 뒤떨어져 있다. 돌이켜 보면 냉방할 때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상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가 온 것 같아 씁쓸하고, 이는 소비자에게 잘못된 가격 신호를 제공한 전력 당국에 기본적인 원인이 있다. 하지만 낭비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우리 또한 전력대란의 원인 제공자라는 책망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올여름 전력위기를 우리의 인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에너지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욕망을 100% 충족시키는 시스템은 구현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에게 에너지 절약은 비상시에만 하는 대책이 아니라 생활 그 자체가 돼야 한다. 국민 모두가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을 최우선 순위로 생각해야 하고 그것이 바로 지금부터 건강한 시민의 교양이자 상식이 돼야 하는 것이다.

에너지 절약은 한시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전력산업의 또 다른 자원으로 취급돼야 한다. 이제 전력 수요를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하며,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다. 발전소 건설은 물론 송전망을 건설하고 운용하는 것도 녹록지 않은 시대가 되었으며, 지속적인 공급의 확대가 상당히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수요관리 활동과 에너지효율을 자원으로 관리하는 시장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합리적인 에너지 가격의 구축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산업계의 경쟁력 약화와 국민들의 충격도 더 이상 핑계거리가 될 수 없으며, 정부가 명확한 로드맵과 이행계획을 제시해 정면 돌파해야 한다. 지금처럼 기형적인 요금구조 하에서 정부가 전기를 ‘거저 주는’ 밑지는 장사로는 수요관리의 미래도 자율적인 에너지 절약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산업체의 휴가가 끝나고, 폭염과 열대야가 겹치면서 전력수급이 문제가 되면 정부의 합동단속도 강화될 것이고 시민들의 불편함도 더욱 가중될 것이다. 국민들은 전기에너지가 항상 절약해야 하는 소중한 자원이라는 예전의 상식을 회복해야 할 것이고, 정부도 미봉책에서 벗어나 시장기반의 에너지수요관리 체계의 구축과 전기요금 정상화라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이것만이 정말 우리가 이번 여름을 마지막으로 이 지긋지긋한 전력위기에서 속 시원히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다.

박종배(건국대 교수·전기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