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석동연] 제2의 광복을 꿈꾸며

입력 2013-08-14 18:07


“배타적 민족주의적 정서만 강조하기보다 화해·상생의 역사교육이 바람직하다”

제68주년 광복절을 맞이하였다. 먼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을 기억하며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8·15는 동시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기도 하다. 올해는 정부수립 65주년이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는데 그로부터 채 2년도 되지 않은 1950년 우리는 비극적인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겪었다. 전쟁으로 인한 피폐상은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우리 국민들은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피와 땀을 바쳐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내어 전 세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광복절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이 가볍지 않다. 다름 아닌 이웃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과 계속된 도발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일본제국주의가 패망한 8월 15일을 ‘종전기념일’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올해 8월 15일을 앞두고 한·일 관계는 어느 해보다 긴장되어 있다. 독도영유권에 대한 도발, 구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의 망언, 2차세계대전 이전의 독일 나치가 행한 것처럼 은근슬쩍 개헌하자고 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의 발언 등이 계속된 데다 일본 아베(安倍) 정부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6일(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일) 일본 정부는 이름만 호위함이지 사실상 항공모함이라고 할 수 있는 군함 ‘이즈모(出雲)’를 진수시켰다. 그런데 ‘이즈모’는 1930년대 일본의 중국 침략 당시 일본 해군함대에 소속되어 있던 기함의 이름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즈모라는 이름은 독도분쟁을 유발하고 있는 일본 시마네현의 옛 지명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로서도 대형 호위함을 진수한 것에 대한 일본의 의도뿐만 아니라 ‘이즈모’라는 말이 상징하는 의미를 곰곰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중·일·러 4국이 일부 영토문제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무슨 의도로 항모급 호위함 이름을 ‘이즈모’로 하여 중국 당국의 반발을 초래하고, 우리의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야스쿠니신사에는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되어 있고, 일본이 전쟁을 벌였던 시기에 동원됐던 2만1000여명의 한국인도 합사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일본 총리나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일본국헌법에서 강조하고 있는 ‘정교(政敎) 분리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정교분리란 종교시설이나 종교행사에 정치적 행위나 정부지원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종교시설인 야스쿠니신사를 정치지도자들이 공식 참배하는 등의 행동은 일본의 침략으로 피해를 입은 여러 나라 국민들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으며 평화롭게 상생하는 동아시아 건설을 저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일본 정치지도자와 일본인들의 왜곡된 역사인식, 독도에 관한 억지 주장을 단기간에 바로잡는 것은 어렵게 느껴진다. 따라서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 안목으로 일본의 양심적 학자와 시민사회, NGO운동가들과 협력하고 소통하여 일본이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계속 노력을 해야 한다.

최근 동아시아는 역사인식의 차이와 영토 갈등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민족주의 정서가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응하여 역사교육 필요성을 모두들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배타적인 민족주의적 정서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보다는 화해와 상생의 역사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68주년 광복절을 맞이하여 남북분단 상황을 하루바삐 극복하고 통일을 성취하여 제2의 광복을 맞이할 수 있도록 치밀한 통일전략을 세우고 통일의 초석을 착실히 쌓아 나가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염원한 선열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다.

석동연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