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진설병 신자

입력 2013-08-14 16:55


레위기 24장 5절∼9절

교회 다니는 사람을 믿음의 정도에 따라 분류한 예가 여럿 있습니다. 보통 ‘나일론’ 신자가 제일 많다고 합니다. 나일론은 자연섬유가 아니기 때문에 ‘진짜가 못 되는 신자’ 정도로 표현하는 말입니다. ‘유리그릇’ 신자도 있습니다. 말 한 마디에 쉽게 상처받고 이리저리 떠도는 신자입니다. ‘망아지’ 신자가 있습니다. 도저히 길들여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달구지’ 신자가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 얼마든지 신앙생활할 수 있는데 남이 움직여줘야만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어떤 신자가 되어야겠습니까.

하나님의 성막에서 사용된 ‘진설병’은 하나님 앞에 차려놓은 떡이었습니다. 진설병은 모두 열두 덩이로 이스라엘 12지파와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새로운 이스라엘 백성이 된 성도들을 상징합니다. 이런 진설병의 영적 의미를 생각하며 하나님이 기뻐 받으실 진설병 신자가 되기 바랍니다.

진설병 신자가 되기 위해선 먼저 자아가 깨어져야 합니다. 진설병은 ‘밀’로 만듭니다. 요한복음 12장 24절에 보면 최초의 밀알은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이 죽으심으로 많은 밀알인 우리 성도들이 나왔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부서지고 깨져야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둘째로 성령님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밀은 맷돌에 갈려 고운 가루가 되고 이 가루는 기름을 두른 철판에 익혀져 떡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기름은 성령을, 철판은 시련을 상징합니다. 성령의 기름 부으심 없이 우리는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없습니다. 선행과 욕망을 억제하는 고행이 구원의 담보가 될 수 없듯 오직 성령님으로 거듭나지 않고는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고, 성령님의 기름 부으심으로 은사를 받기만 하면 만사형통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하나님의 사람은 믿음의 연단을 받았습니다. 맹자는 고자장(告子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고 할 때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근육과 뼈를 힘들게 한다. 또한 몸과 피부를 굶주리게 하고, 삶을 빈곤하게 하고, 하는 일을 어지럽게 한다. 이는 마음을 흔들어 참을성을 기르고,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연단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 드려질 향기로운 진설병이 됩니다.

진설병 신자가 되기 위해서는 늘 새로워져야 합니다. 우리는 매주 예배와 기도와 말씀 공부와 교제를 통해 날마다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야 합니다. 차(茶) 중에 귀한 차가 작설차(雀舌茶)입니다. 이는 차나무의 어린 새싹을 따서 만듭니다. 새순이 귀하듯 새로운 마음과 영혼으로 하나님 앞에 바쳐질 제물이 되어야 합니다. 월남 이상재 선생의 일화입니다. 어느 날 친구들이 보니 월남 선생이 너무 격의 없이 젊은이들과 농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보게 월남. 젊은놈들과 너무 격 없이 굴면 버릇이 나빠지지 않겠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월남 선생은 “청년더러 노인이 되라 해서야 되겠는가. 내가 청년이 되어야 청년들이 청년다운 청년이 될 것일세”라고 대꾸했습니다.

하나님께 드려질 신선한 진설병은 말씀의 맷돌로 자아를 깨고, 성령의 기름 부으심과 믿음의 시련으로 향기롭게 구워져야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그리스도의 보혈로 날마다 새로운 피조물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정성진 목사 (일산 거룩한빛 광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