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종교인과 신앙인 (52)] 십일조에 대한 질문
입력 2013-08-14 09:42
대학교 동문회에 갔을 때의 일이다. 우연히 한 동문에게서 자신의 신앙에 대해 진단을 좀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약간의 긴장을 안고 진지한 마음으로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 동문은 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직을 한 후 연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교회에 십일조를 바치고 나면 생활이 아주 넉넉한 편은 아니라고 한다. 버스 정류장이나 전철역에서 노인들을 만나면 애처로운 마음에 이야기를 나누고는 반드시 기도를 같이 한 후 헤어지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고 한다.
노인들 중에는 며칠 간 누구와도 이야기한 적이 없고 너무나도 외로운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가 만난 한 노인은 며느리와 같이 살고 있었는데 며느리가 자신을 돌보는 것이 싫어서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 했다.
지금은 아들 보기에 너무 미안해서 양로원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노인과 함께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노인을 껴안고 기도해 주니 정말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얼마 전에 이 동문의 부친이 102세로 세상을 떠나자, 장례식장에 한 신학생 부부가 문상을 왔다고 한다. 왠지 그들을 붙잡고 기도해 줄 마음이 생겨 기도를 시작하고 그들의 형편을 들어 보니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더란다. 그래서 그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교회에 헌금을 내지 못하게 됐고 하나님 앞에 죄를 짓는 것 같았다고 한다. 과연 십일조를 이 신학생에게 주는 것이 죄인가를 내게 묻기 위해 말을 꺼낸 것이었다.
나도 그 따뜻한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도 무어라 대답하기 힘이 들어 “성경에는 연보(捐補)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신학자들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부분도 있습니다만, 성령이 당신의 따뜻한 마음을 움직이고 당신께 눈물의 기도가 있다면, 하나님은 이것을 죄라고까지 단정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도 당신 같은 마음이 부럽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이 분이 바로 종교인이 아닌 신앙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교회는 이러한 교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십일조 헌금을 정말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귀중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 옆의 천주교 교인 한 분이 농담을 시작했다. 천 원짜리와 만 원짜리 지폐가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천 원짜리 지폐가 만 원짜리에게 “요즘 어디를 그렇게 다녔어?”라고 질문했다. 만 원짜리는 “참 재미있었지. 호텔 식당에도 가 봤고, 헬스클럽에도 갔었고, 파친코에도 가 봤어.”라고 답했다. 그러자 천 원짜리는 “그래 참 좋겠구나. 나는 교회만 왔다 갔다 했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만 원짜리가 천 원짜리에게 “그래, 너는 참 심심했었구나.”라고 말했다는 농담이었다.
이야기를 듣던 한 사람이 “요즘 천 원짜리 헌금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라고 말하자마자, 또 다른 사람이 나서며 “천 원이 얼마나 큰돈인데? 넌 강남에서 사니 배부른 소리만 한다. 시골 교회에 가 봐. 천 원짜리도 얼마나 큰돈인데.”라고 이야기한다. 대형 교회의 부유함과 시골 교회의 가난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대화였다.
큰 교회는 자신들의 헌금으로 미자립 교회를 도와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왜 참석하는 자리마다 재미없는 신앙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지 모르겠다. 세상에서는 세상 이야기를 이끌어 가야겠는데 무척 재미없는 사람이 되었다. 돈 버는 이야기, 정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나를 무척 싫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문회장을 4년이나 하다 보니 나는 완전한 예수쟁이로 인식된 모양이다. 그래도 나이도 있고 사업도 성공적으로 하고 있으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구나 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자리에서건 그리스도를 시인하고 그를 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내가 받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행복을 계속 누리고 싶다. 그래도 담배 연기보다는 내 이야기가 낫지 않느냐는 농담도 했다. 그래서 오늘 여러 사람의 수다는 진지하고 눈물까지 글썽이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를 이와 같이 사용하여 주시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기도를 드렸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