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11살 김준석군의 용기 “나도 할 수 있다”… 한강을 헤엄쳐 건너다
입력 2013-08-13 19:23 수정 2013-08-13 20:11
한강에 뛰어들기 전 김준석(11)군은 떨리는지 두 손을 모은 채 가만히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서!” 약간 상기된 얼굴의 김군은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듯 외쳤다. 이윽고 ‘출발’ 신호가 울렸고 물속에 뛰어든 김군은 곧바로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13일 서울 한강공원 잠실지구에서는 초등학생 470여명이 참가한 ‘한강 헤엄쳐 건너기’ 행사가 열렸다.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김군도 이날 아버지 김홍실(46)씨와 한강 건너기에 함께 도전했다.
김군이 한강을 헤엄쳐 건너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3년 전.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동생이 이 행사에 참가해 한강을 건넌 게 자극이 됐다. 그는 “나도 할 수 있다”며 도전을 선언했다. 김군이 수영을 시작한 것은 5세 때였다. 비록 앞이 보이지 않지만 물은 언제나 자유롭고 즐거운 공간이었다.
김군이 한 팔 한 팔 휘젓는 어깨에는 힘이 넘쳤다. 멀어지는 아들을 바라보던 어머니 김은영(43)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준석이가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다”며 “준석이가 도전하는 모습에 오히려 내가 배운다”고 울먹였다.
김군은 출발한 지 5분쯤 지나자 방향을 잃었다. 다행히 옆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아들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던 김씨는 익숙하게 아들의 방향을 잡아줬다. 김씨는 항상 김군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3년 전부터 새벽반에서 수영을 배우며 아들의 곁을 지켜온 김씨는 아들 덕분에 정년퇴직 후에 ‘장애우들을 대상으로 수영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도 갖게 됐다.
도착 지점에서 남편과 아들을 기다리던 아내 김씨는 “준석아, 동생은 빨리 수영하는 걸 잘하지만 너는 오래 수영하는 걸 잘해. 넌 할 수 있어”라고 속삭이듯 말했다. 아직은 멀리 있는 아들을 격려하느라 두 손을 감아쥔 채 긴장한 모습이었다. 김군은 강을 건너던 도중 힘에 부쳐 아빠와 잠깐 쉬기도 했지만 다시 역영을 펼쳐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남들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결국 김군은 1000m가 넘는 한강을 가로질러 헤엄치는 데 성공했다. 어머니 김씨는 아들을 따뜻한 포옹으로 맞았다. 김씨는 “매년 아들이 성장하는 것을 본다”며 ‘조금 늦지만 결국은 해낸’ 아들을 대견스러워했다. 김군도 자신의 성공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던지 연신 밝은 미소를 지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