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기록을 찾아서] (10·끝) 한국 여자양궁 단체
입력 2013-08-13 18:53 수정 2013-08-13 19:31
올림픽 7연패… 종목신설후 부동의 1위
브라질의 축구, 케냐의 마라톤, 중국의 탁구, 쿠바의 아마추어 야구…. 스포츠 세계를 들여다보면 국가별로 강세를 보이는 특정 종목이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엔 양궁이 그렇다. 특히 올림픽 단체전 7연패를 기록하고 있는 여자 양궁은 난공불락이다.
◇노력과 혁신으로 이뤄낸 7연패=양궁 단체전은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채택됐다. 한국 여자 양궁은 단체전에서 2012 런던올림픽까지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올림픽 최다 연패 기록(미국 남자 장대높이뛰기 16연패)은 아니지만 양궁 역사에 영원히 남을 기록이다. 역대 올림픽 공동 3위에 해당하는 7연패 기록은 진행형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한국 여자 양궁이 단체전에서 7연패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비결은 선수들의 뼈를 깎는 훈련과 코칭스태프의 획기적인 훈련 방법이다. 여 궁사들은 근전도 분석을 통한 근육 상태 조절, 고속촬영기를 통한 자세 교정, 심리 테스트 등 과학기술의 도움도 받는다.
장영술 대표팀 총감독은 새로운 훈련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우리가 실시하는 훈련은 한 달도 안 돼 전 세계에 다 퍼집니다. 예전에 우리가 야구장에서 소음 적응 훈련을 하자 미국과 영국에서 ‘왜 그런 걸 하느냐’고 하더군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미국은 메이저리그 경기장에서, 영국은 크리켓 경기장에서 우리처럼 훈련을 하더군요.”
한국 양궁은 ‘맞춤 훈련’으로 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땐 야구장에서 경기를 하며 극성스러운 중국 관중의 소음에 대비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땐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한 덕분에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흔들리지 않고 7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8연패에 도전하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12시간에 달하는 시차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세계 흐름을 따라 잡아라=장 감독은 한국 양궁이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세계 각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인 지도자들 때문이다. 자주 바뀌는 경기 룰도 한국 양궁의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다. 세계양궁연맹(WA)은 런던올림픽 양궁 개인전에 ‘세트제’를 도입했다. 세트제에선 한 번의 실수가 한 세트에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한 차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도 얼마든지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 기존 다득점제가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유리한 반면 세트제는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외국 선수들에게 유리하다. WA는 9월 터키에서 열리는 양궁연맹총회에서 단체전 세트제의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은 역대 하계 올림픽에서 81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중 19개가 양궁에서 나왔다. 가장 많은 금맥을 캔 양궁이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올림픽 때에만 반짝할 뿐이다. 국민들의 무관심이 야속할 법도 하지만 오늘도 태극 여궁사들은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 속에서 단체전 8연패를 겨냥해 묵묵히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