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번개-볼트 동시포착 AFP 사진 원격카메라 셔터 발로 눌러 성공
입력 2013-08-13 18:51
세계 육상 단거리 최강자 우사인 볼트(27·자메이카)의 우승 세리머니는 번개를 형상화한 모양새다. 이름에 번개(볼트)가 있는데다 자신은 번개처럼 날쌔다는 의미를 담았을 법하다. 결승선을 향해 번개처럼 질주하는 볼트에 실제 번개가 치는 모습을 담았다면.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천둥 번개 속에 열린 2013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에서 찍힌 ‘볼트와 번개’ 사진이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을 찍은 AFP통신의 올리비에 모랭(47) 기자는 13일 AFP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사진을 찍게 된 경위를 소상히 밝혔다. 모랭은 “당시 20분간 비와 함께 번개가 쳐 모든 사진기자들이 번개와 볼트를 함께 담고 싶었겠지만 번개가 언제 칠지는 아무도 몰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모랭은 들고 다니는 카메라 외에도 5개의 원격 조종 카메라를 결승선 인근에 설치해 놓았다고 했다. 모랭은 “볼트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요란한 세리머니를 찍기 위한 카메라 설치였다”며 “볼트의 결승선 통과 사진도 타이밍이 안 맞았다 싶었는데 뜻밖의 번개로 좋은 사진을 건졌다”고 쑥스러워했다. 모랭은 볼트가 결승선을 지날 무렵 발로 무선 조종 셔터를 눌러 ‘그 순간’을 포착했다. 그는 “이 사진의 핵심은 볼트가 주인공인 사진에 번개가 들어간 것으로, 번개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다”면서 “내 생애 최고의 사진”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23년간 사진기자 일을 해왔지만 앞으로 50년간은 이 같은 사진을 다시 찍지 못할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 사진을 두고 영국의 가디언지는 “결코 재현하지 못할 영상”이라고 추켜세웠고, 워싱턴 포스트지는 ‘오늘의 사진’으로 선정했다. 또 아일랜드의 한 스포츠 사이트는 ‘10년만의 가장 시원한 사진’이라고 극찬했다.
서완석 국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