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인성·자신감 ‘쑥쑥’… 자녀에 토론능력 길러 주세요
입력 2013-08-13 18:24
지난 9일 오후 황연성(53·서울 예일초교 교사)씨 집(서울 대치동) 거실 풍경이다. 황씨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세금제도 개편안을 슬그머니 꺼내자, 황씨의 아내 안미경(44·서울 신답초 교사)씨가 문제점을 슬쩍 지적했다. 그러자 황씨의 딸 하연(15·중2)이가 자기 의견을 쏟아냈다. 황씨 집에선 수시로 펼쳐지는 광경이다.
토론교육 전문가인 황씨는 외동딸에게도 토론을 통해 인성, 창의, 자기주도학습 능력 등을 길러 주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학교에서 토론학습을 펼치고 있는 황씨는 ‘신나는 디베이트’ ‘토론학습 1교시’ 등을 펴내기도 했다.
“학교에선 주제를 정한 뒤 찬반 양팀으로 나눠 토론을 합니다. 집에선 주로 제가 하연이의 반대 역할을 맡지요.” 간단한 주제는 그 자리에서 결론이 나기도 하지만 세금제도처럼 복잡한 주제는 자료를 찾기 위해 토론이 다음 날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자료를 찾을 때도 부모가 함께 나선다.
“토론을 하게 되면 논리적 사고능력, 자료수집분석능력, 읽기 조사하기 쓰기 말하기 듣기를 포함한 총체적 언어능력, 설득력, 감정조절능력, 다양한 각도로 사물을 볼 수 있는 능력 등이 길러집니다.”
황 교사는 학력뿐만 아니라 인성지도와 대학입시 준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토론을 하다보면 자신과 친구들을 존중할 줄 알게 되고, 학습에 흥미와 자신감을 갖게 되는 값진 덤도 따라 온다는 것. 또, 논리적 사고와 말하기 능력이 향상되므로 논술과 심층 면접에도 대비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토론, 우리 집에서도 해볼까’ 의욕이 불끈 솟는 부모들이 적지 않을 터.
“토론이라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주제를 찾아 대화를 나누면 됩니다.”
휴가 때 여행간 바닷가에서 여성들의 심한 노출이 눈에 거슬렸다면 이를 주제로 삼아도 좋다. 또, 신문, TV 뉴스, 드라마, 영화 등도 좋은 토론 주제를 품고 있다. 가족이 함께 영화나 드라마를 같이 본 다음 제목이 뜻하는 것, 등장인물들이 가진 문제와 인물간의 갈등, 특징이 있거나 인상적인 장면, 영화에서 제기하는 사회적 문제, 주제 등을 돌아가면서 얘기해본다.
“이야기를 나눌 때 부모가 자녀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아 아이들이 반론하도록 유도해보세요. 가족토론이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황 교사는 가족 토론을 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은 부모가 자녀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은 각자의 주장을 동일 시간 내에 펼친 뒤 서로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펼치는 것이 기본원칙. 부모와 자녀가 동등한 위치에 서야 이 원칙을 지킬 수 있다. 평소 자녀에게 지시하고, 자녀의 의견이나 생각을 잘 듣지 않았던 부모들은 ‘참을 인(忍)자’를 열개쯤은 써야 할지도 모른다.
황 교사는 토론이 쉽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모들에게는 “평소 자녀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그 답변을 성의껏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당부했다.
“말을 잘 못하는 자녀들도 있습니다. 참고 잘 들어주세요. 틀린 부분이 있다면 ‘아버지는 그런 것 같지 않은데 한번 자료를 찾아보자’ 이렇게 말해주세요.”
그는 천재교육으로 일컬어지는 유대교육의 핵심은 질문과 토론이라며 자녀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토론도 시작해보라고 당부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