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가 악비를 재판하다니…” 보시라이 재판 앞두고 지지자들 억울함 호소
입력 2013-08-13 18:03
“진회(秦檜)가 악비(岳飛)를 재판해서는 안 된다.”
최근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에 있는 지난열사릉원(陵園)에 나타난 표어다. 보시라이(薄熙來·사진) 전 충칭시 서기에 대한 재판이 지난중급법원에서 곧 열리게 될 상황에서 충칭에서 몰려온 보시라이 지지자들이 붙인 것이다. 재판부를 남송 때의 간신 진회에, 보시라이를 충신 악비에 비유했다.
“창훙다헤이(唱紅打黑·사회주의 이념을 고취하고 사회악을 척결함)는 크게 인심을 얻었다. (보시라이가 내세운) 함께 부유해지는 것은 민심이 바라는 바다.” 표어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이들은 지난중급법원 입구와 지난 기차역 등에 보시라이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플래카드도 내걸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13일 보도했다.
1981년 4인방 재판 이후 세기의 정치재판이 될 이번 재판을 앞두고 보시라이 지지파들이 여전히 일정한 세력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18기 3중전회(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를 앞둔 시점에 열리는 이번 재판에 중국 최고지도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명보가 발행하는 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최근 보시라이가 사형을 면하게 될 5가지 이유를 열거해 눈길을 끌었다.
첫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보시라이 구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보시라이의 아버지 보이보(薄一波)는 1990년대 장쩌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도와준 인연이 있다. 즉 베이징시 서기였던 천시퉁(陳希同·사망)이 장쩌민의 잘못을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에게 제보하는 편지를 보이보가 손에 넣어 장쩌민에게 직접 전달한 것.
둘째, 보시라이 낙마는 당내 투쟁의 결과였는데 시진핑이 권력의 정점에 오른 상황에서 굳이 그를 사형시킬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셋째로는 뇌물 등 대형 부패로 기소된 류즈쥔(劉志軍) 전 철도부장에게 ‘사형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진 게 꼽혔다. 류즈쥔의 뇌물 액수는 6000만 위안이 넘는 데 비해 보시라이는 이보다 훨씬 작은 3000만 위안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시진핑이나 보시라이 모두 ‘훙얼다이’(紅二代·혁명원로의 자손)라는 점, 최근 공식 행사에서 당 원로들의 명단이 당내 지도자들보다 앞에 거명되고 있는 것도 꼽혔다. 장쩌민 등 원로들의 영향력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보시라이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에게 독살된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의 유족은 배상금으로 3000만∼5000만 위안(약 54억∼90억원)을 요구했다고 BBC방송이 12일 보도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