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식물인간 2人의 죽음] 비운의 왕자와 22살 청년직공
입력 2013-08-13 18:04 수정 2013-08-14 00:39
왕자에게도 노동자에게도 기적은 찾아오지 않았다. 유럽 왕궁과 방글라데시 병원에서 각각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던 두 사람이 숨졌다고 AP통신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현 네덜란드 국왕인 빌렘 알렉산더의 친동생 요한 프리소(44) 왕자가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하우스텐보스 궁전에서 숨졌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지 18개월 만이다. 그는 최근 퇴위한 베아트릭스 전 여왕의 둘째아들로, 2004년 인권운동가 마벨 비세 스미트와 결혼하면서 의회 승인을 받지 않는 바람에 형에 이어 2위였던 왕위계승권을 포기한 상태였다. 결혼을 인정받지 못한 이유는 범죄조직 두목과 연인관계에 있었던 왕자비 후보의 과거 때문이다. 이 일로 요한 프리소는 ‘네덜란드의 윈저 공’으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왕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한 채 아내와의 행복한 삶을 선택한 그였지만 행복도 오래 가진 않았다. 지난해 2월 휴양지인 오스트리아 레흐에서 스키를 타다 눈사태를 만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슬픔과 충격을 억누를 수 없다”며 “커다란 존경을 갖고 그를 기억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던 22세 청년 만와르 호세인씨가 숨졌다. 그는 지난 4월 일어난 다카 의류공장 붕괴 사고의 피해자 중 한 명으로, 당시 무너졌던 9층짜리 건물더미에서 기적적으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그는 사고 전까지 공장에서 의류를 다림질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그는 뇌가 크게 손상을 입는 바람에 숨지기 전 108일 동안 한 번도 식물인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인이 숨진 에냄대학병원 자히두르 라흐만 병원장은 “호세인의 부모가 임종을 지켰다”고 말했다.
해당 참사는 부실공사와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공장 측의 안전수칙 불이행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누적돼 발생했다. 호세인은 당시 사고 1134번째 희생자가 됐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