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감옥’ 美 마약범죄 처벌 낮춘다

입력 2013-08-13 18:03

미국에선 코카인 5㎏을 팔다 적발되면 무조건 징역 10년형을, 5g만 소지해도 5년간 감옥에 살 각오를 해야 한다. 1980년대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굳어진 형량이다. 경미한 사건이어도 마약사범은 예외 없이 징역형이다.

30여년이 지난 현재 미국은 ‘재소자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넘쳐나는 마약사범을 수용할 교도소가 모자랄 지경이다. 미 연방교정국 최신 자료에서 미국 교도소는 수용능력의 40%를 초과해 과밀 운영되고 있으며, 재소자 21만9000명의 47%가 마약사범이다.

이에 미 정부는 마약사범에게 ‘자비’를 베풀기로 했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에릭 홀더 법무부 장관은 미 변호사협회 강연에서 “죄가 경미한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추는 형사사법제도 개편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편안에 따르면 죄질이 무겁지 않고 범죄조직과 관련되지 않거나 전과가 없는 비폭력적인 마약사범은 감옥에 보내는 대신 약물치료나 사회봉사로 대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마약사범에 대한 기계적인 ‘최소 의무형량(mandatory minimum sentence)’ 적용도 케이스별로 유연성을 발휘할 전망이다.

그동안 마약사범 양형기준이 엄격해 흑인이나 히스패닉계에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이 재야 법조계 사이에서 대두돼왔다. 전체 마약사범 재소자 중 37%가 흑인이고, 34%가 히스패닉이다. 하지만 이들을 교도소 밖으로 보내기로 한 가장 큰 배경은 범죄자 구금비용을 감당하는 데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법무부는 2010년 연간 범죄자 구금비용만 800억 달러를 지출했다.

홀더 장관은 강연에서 “범죄자 구금은 이들을 단죄하고 가둔 뒤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잘못을 징계하고 갱생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그동안 너무 많은 국민들을 오랜 기간 교도소에 투옥해 온 현행 형사사법 시스템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무부는 개편안을 홀더 장관 재임기간 입법화할 계획이지만 실제 법 적용 시 미 연방법과 충돌이 불가피해 법 집행이 되기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예컨대 경미한 마약사범의 경우 단적으로 마리화나 관련 양형기준이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 연방법은 의약용으로도 마리화나를 사용할 수 없게끔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리화나를 금지한 지역에서는 법 적용을 어찌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또 풀어준 마약사범이 총까지 쥐게 될 경우 범죄를 더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