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세훈·김용판 청문회에 성실히 응하라
입력 2013-08-13 18:28
새누리당은 보다 적극적으로 국정조사에 임해야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가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여야가 어렵사리 국정조사 정상화에 합의했으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14일로 예정된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하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원 전 원장은 건강상 이유를 들어 “다음에 부르면 나가겠다”고 했고, 김 전 청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공판 준비 때문에 14일이 아닌 오는 21일 마지막 청문회에 출석하겠다고 했다.
여야가 청문회에 부르기로 한 29명의 증인 가운데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그야말로 핵심 증인이다. 이들이 나오지 않으면 14일의 청문회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두 증인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청문회 일정을 16일로 순연하자고 제안했다. 나아가 두 증인이 증언대에 서지 않으면 국정조사를 아예 포기하고 촛불집회에 전념하자는 강경론도 있다고 한다. 국정조사 자체가 파국을 맞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듯 국정원 최고 책임자가 대선 즈음해 국내 정치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고 경찰과 함께 이를 숨기려 한 건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든 중대 범죄다. 국가기관인 국정원과 경찰의 체면이 구겨진 것은 물론 사회 전체가 그 여파로 여전히 뒤숭숭하다. 무더위에도 전국 곳곳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고, 교수들에 이어 종교인들의 시국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또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청사에서 댓글 활동을 벌였다거나 국정원의 댓글 알바로 추정되는 민간인 계좌에서 국정원 자금으로 보이는 9000여만원이 발견됐다는 등의 보도도 나왔다.
동행명령장을 발부해도 두 증인이 불출석을 고집한다면 강제로 출석시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두 증인은 이런 맹점을 이용해 어물쩍 넘어가려들지 말아야 한다. 청문회에 출석해 국민들에게 진실을 밝히고, 잘못한 점에 대해선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하는 게 도리다. 그래야 의혹들이 해소되면서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두 사람으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부담한 비용이 너무 많다.
국정원 국정조사특위가 가동된 때는 지난달 2일이다. 한 달 이상 국정조사가 파행을 겪고 있는 데에는 민주당보다 새누리당 책임이 크다. 국정원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을 키우면서 국정조사에 쏠린 시선을 분산시켰다. 때문에 새누리당이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명박정부에서 벌어진 일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진실규명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국정조사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13일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에게 “개인적 사정과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청문회에 출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정도의 말로는 부족하다. 동행명령장 발부와 청문회 일정 변경 등 민주당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