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해외떡잎’ 현지에서 키운다… 중국 학교에 SK하이닉스반·삼성반·현대車반 설치
입력 2013-08-13 17:55 수정 2013-08-13 22:55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이 현지 대학과 손을 잡고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국내에서 축적한 인재 육성 노하우를 거대시장인 중국에서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중국판 산학협력’으로 재교육 없이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우수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현지 고용을 늘려 회사 이미지를 좋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에서 현지 인재 육성에 성공한 기업들은 동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맞춤형 인재 육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중국 법인이 있는 장쑤성 우시에 위치한 장쑤정보직업기술학원에 ‘SK하이닉스반’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2006년엔 우시과기직업학원, 2010년엔 우시직업기술학원에 각각 SK하이닉스반을 설립했다. 학교당 30명씩 1년에 90명의 학생들이 졸업 전 6개월가량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서 실습한 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다. SK하이닉스는 이와 별도로 난징대학, 중국과학기술대학 등에서 장학생을 선발해 학자금과 생활비를 지급하고 인턴십 기회도 주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우수 인재를 재교육 없이 실전에 바로 투입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중국 현지 인재 육성에 주력하는 건 경쟁사보다 앞서 ‘될성부른 떡잎’을 선점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하려면 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현지 트렌드를 잘 아는 젊은 인력의 감각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다.
중국 삼성전자는 기술전문대인 지난정보공정학교와 협약을 체결하고 올 하반기부터 ‘삼성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재학 중 삼성전자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집중 습득해 일정기간 실습 과정을 거쳐 곧바로 휴대전화 생산공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베이징우전대 대학원 과정에 휴대폰 전공을 신설했다. 중국에 휴대전화 관련 전공이 없어 전기, 전자, 기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을 채용해 재교육을 해왔는데 전문 인력으로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칭화대 마이크로전자나노학과에 반도체 강좌를 개설했다. 삼성전자의 기술인력들이 중심이 돼 석박사 대학생을 대상으로 3학점짜리 필수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6월 중국 시안기전정보기사학원과 ‘베이징현대반’ 신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 해 50명 규모로 이들은 졸업 후 현대차에 취업해 차량 조립라인에서 일하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 학생들과 접점을 넓히고 직접 고용을 하는 것이 회사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