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폰’ 블랙베리 회사 매각 위기

입력 2013-08-13 17:4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애용했던 스마트폰 블랙베리가 매각 위기에 처했다. 급변하는 스마트폰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해 밀려나는 것이다.

캐나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블랙베리는 회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블랙베리는 2년의 개발기간을 거쳐 올해 1월 새 운영체제인 블랙베리10과 스마트폰 Z10을 출시했다. 하지만 냉담한 시장 반응으로 결국 회사 매각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블랙베리는 이날 성명에서 이사회 산하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안으로는 회사 매각, 합작 투자, 제휴 등이 언급됐다. 하지만 매각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블랙베리는 한국 내 시장에서는 큰 반향을 불러오지 못했지만 해외에서는 확고한 자리를 지키던 스마트폰이었다. 단말기에 자판이 있어 글자를 입력하기 편하기 때문에 특히 직장인들이 업무용으로 애용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업무용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달렸다.

특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블랙베리 마니아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스로 “블랙베리에 중독됐다”고 할 정도로 손에서 놓지 않았다. 2008년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보안문제로 사용을 금지당할 상황에서도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 백악관에서 계속 블랙베리를 지니고 다녔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 덕분에 블랙베리가 5000만 달러 이상의 광고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애정에도 불구하고 블랙베리는 시장에서 입지가 점차 축소돼 갔다.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로 양분되는 과정에서 차별화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칸타르 월드패널에 따르면 북미시장에서 블랙베리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4%에서 올해 1.1%까지 하락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침을 겪고 회생한 기업은 LG전자가 유일하다. 심비안 운영체제로 한 때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달렸던 노키아는 현재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위축됐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부진을 거듭하다 구글에 인수된 이후 반등을 노리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은 대응으로 모바일 사업부문이 심각한 적자 상태에 놓여있었으나 옵티머스 G를 시작으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분기 LG전자는 121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2분기 연속 3위를 지켰다. LG전자는 최근 새 전략폰 G2를 출시해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