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안동현] 우리 회사를 소개합니다
입력 2013-08-13 17:37
제일 궁금한 것이 연봉이죠? 우리 회사의 임직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으로 9400만원입니다. 높아 보이지만 특근수당이 포함된 수치이고 또 장기근속 근로자가 많아서 그렇게 보입니다.
성과급을 포함시키는 걸 잊었네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0%가 성과급으로 지급돼 개인당 평균 3400만원이 추가로 지급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분량은 전체 매출의 40% 정도가 됩니다. 61%가 해외에서 생산되거든요. 따라서 당기순이익의 75% 정도가 우리 몫으로 지급됩니다.
기본급은 지난해에는 월 9만8000원 인상했는데 올해는 13만498원 인상됩니다. 안타까운 건 상여금이 지난해 통상임금의 750%에서 올해는 800%로 소폭 인상에 그쳤습니다. 이를 다 합산하니 올해 개별 근로자에게 지급된 총금액은 새로운 복지 요구안까지 합쳐 2억원이 좀 안되네요. 그래봤자 세금이나 각종 공제액을 떼고 나면 별로 되지 않습니다.
근로자 복지는 ‘보편적’ 수준입니다. 지난해까진 3자녀까지만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자금을 지급하더군요. 그럼 네 번째 아이부터는 어떡하란 말입니까? 저출산·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추락하고 있는데 기업이 출산을 장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올해부터는 학자금 지원을 모든 자녀에게로 확대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형평성의 원리에 어긋납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면 이 돈은 공으로 날아가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올해부터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경우 1000만원의 기술취득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회사 퇴직금은 원래 근속연수 곱하기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이었습니다. 그런데 평생을 회사를 위해 헌신했는데 단순히 근속연수에 비례해 퇴직금을 지급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래서 5년 이상 근속자에 대해서는 누진제를 적용합니다. 지수함수를 도입한 거죠.
참 우리 회사 정년은 61세입니다. 원래 58세였는데 사실상 60세로 시행됐기 때문에 고작 1년 늘어났습니다. 요즘 농촌에서 환갑이면 청년이죠. 직원 채용은 원래 지난해까지는 공개채용 원칙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전형방법이나 채용인원을 우리 노조와 협의해야 합니다. 채용을 늘리면 특근수당이나 성과급이 줄어들 수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년 퇴직자나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합니다. 1차 합격자의 25%를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할당하고 면접에서도 가산점을 줘 우선 채용합니다. 요즘 자녀 취업이 제일 걱정인데 이게 해결되면 생산성이 높아지니 회사도 이득이죠.
그리고 2000년 이후 경기 침체기였던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제외하곤 연평균 16일 정도 파업도 합니다.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죠. 그런데 사측에서 파업 땐 해외에서 생산을 하겠다고 협박하더군요. 그래서 해외공장 신설이나 신 차종 투입 때는 아예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의결하도록 바꿨습니다.
그런데 올해 매출액은 5.6% 신장된 데 반해 영업이익은 오히려 5.1% 줄어들었습니다. 더 큰 걱정은 수입차 판매 비중이 2009년 5%에서 지난해 10%로 늘어난 겁니다. 요즘 국민들의 애국심이 약해져서 큰일입니다. 국산차를 애용해야죠.
이상은 파업 직전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요구하는 사항이 모두 관철될 경우 회사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물론 모든 협상이 그렇듯 노조 측 요구 중 상당부분은 오버슈팅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요구에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얼마나 될까? 노조 측은 장시간 잔업, 철야, 특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3600만원 수준이다. 다른 회사 근로자들은 잔업과 철야 특근을 하지 않아 저렇게 차이가 날까? 또 한 가지, 현대차는 미국과 유럽의 경쟁사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60∼67% 선인데 반해 통상임금은 91∼94%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GM이 고임금과 강성노조를 이유로 한국에서 점진적 철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밝혔다.
안동현(서울대 교수·경제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