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라 손가락질하던 현지인들, 이젠 “마마!”

입력 2013-08-13 17:07


내 이름은 모리타니 마마/권경숙 지음/코리아닷컴

처음엔 안타깝고 답답함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러다 한없이 밀려오는 감동에 나중에는 저자를 위해 중보하게 됐다. 저자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나라가 모리타니다. 아프리카 서북부에 있는 이 나라의 공식 명칭은 ‘모리타니 이슬람 공화국’. 사하라 사막 서쪽 끝에 위치한 지독히도 가난한 나라다.

저자는 모리타니 선교사다. 노처녀 전도사였던 1992년 12월 유럽 여행길에서 운명처럼 모리타니를 만났다. 온통 하얀 모래빛. ‘하나님 이런 땅에도 사람이 삽니까? 만약에 저 땅에 사람이 살면 그 생명을 위해 일하겠습니다’라고 다짐한 게 그를 ‘모리타니의 마마’로 만들었다.

책은 ‘빌라리의 금메달’로 시작한다. 지난 1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제10회 스페셜올림픽에서 모리타니에서 온 빌라리가 100m 스노슈잉에서 메달을 땄다. 스페셜올림픽은 지적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다. 태어나 한번도 눈 구경을 해본 적 없는 빌라리를 비롯해 모리타니에서 온 네 명의 흑인 지적장애선수들은 평창의 눈을 밟고 “마마, 여기는 모래가 차가워요”라고 말했다. 모리타니 선수단장으로 이들에게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여주고 뜨거운 모래 언덕에서 스키 타는 훈련을 시킨 이가 바로 저자다. 그리고 첫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금메달 한 개, 은메달 한 개. 이 것은 저자가 20년 현지 사역 중 일궈온 기적의 한 부분이다.

마마는 지금 ‘특공대 아줌마’처럼 모든 것을 혼자 척척 하지만 처음엔 든든한 동역자가 있었다. 선교사로 온 뒤 저자는 마도로스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남편은 아내의 교회개척부터 강대상이며 의자를 만드는 일, 어린 아들을 돌보는 일까지 감당했다. 그러기에 아내는 오로지 사역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하루가 고단해도 남편이 있기에 평화와 감동을 느낀다”고 책에서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 갖고 있던 돈을 모두 교회 운영비로 사용한 남편이 다시 배를 타러 갔다가 하나님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부부가 함께한 세월이 3년이 채 안된다.

그때부터 혹독한 시련이 시작됐다. 어렵게 농장을 일궈 놓으면 주변 무슬림들이 가만두지 않았다. 이슬람 공화국에서 교회를 개척한 뒤부터 경찰은 눈에 불을 켜고 주위를 맴돌았다. 약간의 틈만 보이면 예배당에 들이닥쳐 교인들을 잡아가고 불을 질렀다. 에이즈나 돌림병에 걸린 현지인들을 돌봤다가 그들이 죽으면 ‘저주받은 교회’ ‘교회 마담이 만지면 죽는다’는 소문에 돌팔매를 당했다. 어쩔 땐 살인 누명을 쓰고 붙잡혀 갔고, ‘교회 마담은 남편을 죽인 것도 모자라 교인까지 죽이는 대마녀’라는 뜻의 ‘그랑 말라부’라고 손가락질을 당했다.

그럴수록 하나님의 은혜는 곳곳에서 흘러넘쳤다. 창녀로 내몰리고 버림받았던 만니만누라가 ‘마마’의 도움으로 사업가로 성공했고, 악질 중의 악질이던 죄수 시다메드는 ‘마마’가 전한 복음을 듣고 문맹의 수감자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빈민촌 출신의 이스마일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했다. 이렇듯 마마가 버림받은 장애인, 창녀, 빈민, 죄수들을 품자 현지인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무슬림들이 못하는 일을 크리스천이 하네요.” 저자는 예수님의 참 제자였다.

책에는 이런 저자의 20년 사역 열매가 알알이 맺혀 있다. 그러나 저자의 몸은 그에 반해 최악이다. 부신낭종 수술을 받았고 담낭암이 재발해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심근경색에다 당뇨병까지. 언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저자는 지루한 수술실을 오가며 회복한 게 있다고 한다. ‘하나님의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할꼬’라는 첫 마음. 저자가 원하는 건 ‘오직 복음’ ‘오직 샬롬’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모리타니의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있을 즈음에는 코란, 아잔 소리 대신 찬송 소리가 아프리카 대륙의 아침을 깨울 것임을 믿는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