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신해 사죄”… 일본인이 10억원대 문방사보 한국에 기증
입력 2013-08-12 18:49
일본 후쿠오카 기타규슈에 사는 미야자키 사쓰키(82·사진)씨가 20여년간 중국 각지를 다니며 수집한 문방사보(文房四寶) 296점을 부산박물관에 기증했다. 일제의 한국 침탈에 대한 사죄의 의미가 담겼다. 부산박물관은 12일 “8·15 광복절을 앞두고 양심 있는 일본인의 기증으로 중요한 자료를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기증은 미야자키씨가 지난 5월 “붓, 먹, 벼루, 인장을 비롯해 여러 보물을 기증하고 싶다”며 부산박물관으로 편지를 보내면서 성사됐다. 박물관은 백승옥 학예연구실장 등을 일본으로 파견해 유물 조사 등을 벌였다. 정밀한 선별 작업을 거쳐 벼루 51점, 먹 49점, 붓 103점, 인장 93점 등 296점을 최종 기증받았다. 20년 전 구입 가격만 총 6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보물들이다. 현 시가로는 10억원을 넘는다.
기증품 중에는 단계연(端溪硯) 등 중국 4대 명연(名硯·명품 벼루)도 있다. 단계연은 입김만으로도 먹을 갈 수 있다고 해서 꿈의 벼루로 일컫는다.
당시 외국 박물관에 기증하는 이유를 묻자 미야자키씨는 “과거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못할 짓을 너무 많이 했지만 반성하지 않았다”며 “정부를 대신해 한 국민으로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기증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일본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선량한 사람이 많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행동하는 일본인이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야자키씨는 일본에서 평생 치과의사로 살다 60세가 되던 해 퇴직한 뒤 중국으로 향했다. 과거 일본이 중국에 저지른 잘못을 사죄하는 의미에서 중국 하얼빈 국립치과병원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20년을 보냈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서예 관련 유물을 수집하며 한국에 기증할 계획을 세웠고, 동갑내기 부인과 의논해 가까운 부산박물관에 기증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부산박물관은 곧 관련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