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정·부패 공직자 ‘실종’ 속출

입력 2013-08-12 18:30

중국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관리들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뇌물 등 비리에 연루된 경우가 대부분으로 가짜 신분증을 이용해 휴가나 질병 치료를 핑계로 국내외로 도피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의 도피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6월 이후에만 광둥성 광저우(廣州)시 화두(花都)구 정치협상회의 왕옌웨이(王雁威) 주석, 후베이성 궁안(公安)현 목축국 차이다오밍(蔡道明) 국장, 후난성 리링(醴陵)시 왕셴(王仙)진 재정소(財政所) 덩위안화(鄧元華) 소장이 자취를 감췄다.

최근 수년 사이 ‘실종’된 관리들은 이밖에도 부지기수다. 최고인민검찰원은 지난 5년간 도피 중 붙잡힌 관리는 6220명, 이들로부터 회수한 금액은 553억 위안(약 10조원)에 이른다고 올해 초 발표했다.

신경보(新京報)는 12일 공무원 해외도피 사범에 대한 심층기사를 통해 “공무원이 도피한 뒤 이와 관련된 어느 누구도 처벌을 받은 경우가 없다”면서 이를 예방할 법적·제도적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왕옌웨이의 경우 지난 5월 30일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뒤 병가를 내고 사라졌다. 중국 공무원법에 따르면 연속해서 15일 이상 무단결근할 경우 퇴직 조치를 당하게 된다. 차이다오밍은 지난 5월 28일 이후 갑자기 직장 및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이에 궁안현은 차이다오밍을 해직 조치했다.

덩위안화는 지난 6월 휴가도 내지 않은 채 현금 300만 위안을 갖고 도망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덩위안화는 도박에 빠져 거액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도망간 뒤 행적이 묘연한 경우도 있지만 당국에 체포돼 뇌물을 환수당하거나 사형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뇌물 5000만 위안(약 9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은 전 구이저우성 교통청장 루완리(盧萬里)는 2002년 1월 남태평양 피지로 도망갔다 압송돼 사형에 처해졌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1990년대 이래 해외로 도피한 당·정 간부나 국가기관, 국유기업 관리직 등은 1만6000∼1만8000명에 달한다. 이들이 갖고 떠난 돈은 무려 8000억 위안(약 145조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 것은 중국 현행 법규로는 정부기관이나 지방정부의 기관장에 대해 자체적인 감독 기능이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부패전문가인 리융중(李永忠)은 “총체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권력구조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