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메리카는 마리화나 합법화 논쟁중

입력 2013-08-12 18:30

“불치병 치료·완화 효과”

“성장기 뇌 발달 해로워”


미국과 중남미에서 마리화나(대마초)를 법으로 허용하자는 주장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중독성이 약하고 불치병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게 주된 근거다. 미국에서 대중적 신뢰를 받는 의사 출신의 CNN 기자는 마리화나에 매우 부정적이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공개 사과까지 했다. 지지부진하던 마리화나 합법화 논쟁에 기름을 붓는 선언이었다.

11일(현지시간) CNN 간판 토크쇼 ‘피어스 모건 투나잇’에 출연한 의학전문 선임기자 산제이 굽타는 “최근 세계 각지를 다니며 의료계 지도자와 전문가, 마리화나 재배업자, 환자를 취재한 결과 마리화나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마리화나의 장단점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반대론만 폈다는 것이다.

미국 에모리대 신경외과 교수이기도 한 굽타는 “우리(의료·언론계)가 그동안 끔찍하고도 체계적으로 대중을 오도해 왔고 나 역시 그 일부였다”며 “기존 보도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시사주간지 타임에 마리화나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칼럼을 싣는 등 마리화나 합법화에 부정적이었다.

굽타의 입장 변화는 마리화나 찬성론에 힘을 실으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달 초 일리노이주가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하면서 현재 미국에서는 50개 주 중 20개 주에서 마리화나를 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미 연방법은 마리화나를 여전히 불법으로 본다. 미 법무부는 각 주에서 개별적으로 확정한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굽타의 전향적 발언을 계기로 마리화나 반대론자들의 우려를 함께 전했다. 노라 볼코 국립약물중독연구소장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마리화나 합성약제는 효능이 있을지 몰라도 마리화나가 부작용 없는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무리”라고 말했다. 반대론자들은 마리화나가 성장기 10대의 뇌 발달에 해롭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리화나 합법화 논쟁은 중남미에서도 치열하다. 이달 초 우루과이 하원은 14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을 표결로 통과시키며 총대를 멨다. 의원 96명 중 50명이 찬성했다. 법안은 상원으로 넘겨지더라도 여당이 다수당이어서 어렵지 않게 통과될 전망이다.

정부는 마리화나 양성화로 마약 불법거래나 조직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야당은 마리화나가 국민 건강을 해친다며 반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마리화나를 비롯한 마약 밀매업자들을 ‘죽음의 상인’이라고 부르며 우루과이의 마리화나 합법화를 비판했다.

마리화나 합법화 요구는 우루과이 외에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