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률 민주당 前 의원 한강 투신… 지인에게 “억울하다” 문자

입력 2013-08-12 18:13 수정 2013-08-13 00:41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종률(51) 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이 12일 한강에서 실종돼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절망감과 상실감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겼다.

김 위원장은 전날 줄기세포 벤처기업 알앤엘바이오의 금융감독원 로비와 관련해 서울남부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금감원 간부에게 전하겠다며 알앤엘바이오 라정찬 전 회장에게 돈을 받은 뒤 ‘배달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12일 오전 5시45분쯤 김 위원장이 한강에 투신했다는 신고를 받고 수색에 착수했다. 김 위원장의 차는 서울 반포동 서래섬 주차장에서, 신발은 인근 선착장에서 발견됐다. 김 위원장의 도곡동 자택에선 검찰 측에 남긴 유서가 발견됐다. 그는 유서에서 ‘끝까지 진실을 밝히고 적극적으로 방어할 생각도 했으나 여기까지 오면서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이어 ‘(나를 조사한) 서영민 부장과 박성훈 검사를 대하면서 참 정의롭고 열심히 하는 검사를 보는 것 같아 흐뭇하고 좋았다’며 ‘나의 선택으로 자칫 누가 될 것 같아 이 글을 남긴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실종 전 페이스북에 ‘부족하고 어리석은 탓에 많은 분들에게 무거운 짐만 지웠다’는 글을 남겼고, 검찰 조사 직후에는 지인에게 ‘억울하다. 죽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11일 금감원 윤모 연구위원에게 5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소환됐다. 알앤엘바이오 고문을 지낸 그는 2011년 1월 회계감사 관련 청탁을 위해 라 전 회장에게 돈을 받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윤 위원에게 건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윤 위원은 김 위원장이 호텔에서 만났다는 시간에 지하철로 귀가 중이었다. 검찰이 윤 위원의 교통카드 사용 내역을 제시하며 추궁하자 김 위원장은 배달사고를 내고 돈을 가로챘음을 시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배달사고를 시인한 뒤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며 “돈을 어디에 썼는지 물었지만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김 위원장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이던 자민련 정우택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진상조사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BBK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으나 2009년 단국대 부지 개발과 관련한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2010년 가석방된 뒤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