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재검토] 버티던 기재부, 재검토 지시에 당혹

입력 2013-08-12 18:12 수정 2013-08-12 22:06

박근혜 대통령이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자 ‘버티기’에 들어갔던 기획재정부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기재부는 12일 부랴부랴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

당초 기재부는 일단 여론 추이를 보면서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국회 논의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원안을 만든 정부가 수정론을 먼저 들고 나올 수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다 박 대통령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후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소집하고 세제 개편안 보완작업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날 오후 7시에 현 부총리가 직접 세법 관련 브리핑을 자처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 부총리는 “당정 간 긴밀하게 협의해 보다 합리적인 정부의 세제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기재부 내부에서는 “고소득자 세 부담을 늘리는 기본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다들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중산층 세금폭탄’으로 비유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아직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강하다. 기재부 세제실 내에서는 이번 세제 개편안을 ‘3일천하’로 끝난 ‘갑신정변’에 비유하기도 한다. 소득공제 개편과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등 혁신적인 성과를 거뒀는데 여론의 역풍으로 물거품이 됐다는 의미다.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세제 개편안은 상당 부분 수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당정협의에서 언급된 것처럼 세 부담이 늘어나는 기준을 연소득 3450만원에서 5000만원선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