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초비상] 전력 피크 오후 2시 예비전력 400만㎾… 상황실 직원 표정이 밝아졌다

입력 2013-08-12 18:18 수정 2013-08-12 15:17


“관제팀장님, 석탄화력 MGR(최대출력 상향) 준비태세 갖추라고 지시해주세요.”(조종만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장)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됐던 12일 오후 1시14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별관 5층 전력거래소 상황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예비전력이 급속히 떨어지자 조 센터장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행정지원·실시간지원·수급계획·계통안전팀으로 두 명씩 나눠 앉은 상황실 직원 8명도 모니터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여름철 전력 수요 피크시간은 보통 오후 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오후 1시40분 400만㎾까지 떨어졌던 예비전력은 다행히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았다. 400만㎾대로 오후 2시를 넘기자 상황실 직원들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비쳤다. 전력거래소 박종인 대외협력팀장은 “놀라운 일이다. 국민들이 절전을 많이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 상황실은 이날 아침부터 초긴장 상태였다. 가뜩이나 전력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당진화력·서천화력발전소의 고장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오전 전력수급 상황도 좋지 않았다. 예비전력이 500만㎾ 미만인 상황이 20분 이상 지속되자 10시57분 전력수급 경보 ‘준비’가 발령됐다.

이어 오전 11시20분쯤부터 400만㎾대가 깨지자 ‘관심’ 발령까지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10여분 후 예비전력이 400만㎾대를 회복하면서 경보가 발령되지 않았으나 상황실 직원들은 긴장된 표정을 풀지 않았다. 이들은 배달된 김밥과 어묵 국물로 점심식사를 했다. 오전 11시10분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점검을 위해 약 5분간 상황실에 들렀을 때도 직원들은 모니터만 응시했다.

한편 공공기관 냉방이 전면 중단되면서 정부세종청사는 한증막이 됐다. 각 부처 사무실과 복도까지 냉방이 중단되자 열기를 뿜어내는 복사기와 TV 모니터를 끄는 부서까지 등장했다.

한전은 전사적인 긴급 절전 캠페인을 벌였다. 실내 조명도 거의 다 꺼 건물 내부는 마치 주말인 것처럼 어두웠다. 사무실 온도가 34도까지 올라갔다. 한전 관계자는 “눈치가 보여 선풍기도 사무실마다 한 개씩 돌리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서울 명일동 본사에서 전력수급 위기대응 비상대책회의와 컨퍼런스콜 회의를 가졌다. 박철곤 사장은 과장급 직원들과 사옥 인근 지하철 고덕역 구내에서 간담회를 여는 등 야외 근무를 시행하고 사무실 전등은 일제히 껐다.

시민들도 절전에 적극 참여했다. 이날 오후 그동안 ‘개문냉방’의 주범으로 지목받아온 서울 명동 상점가는 대부분의 가게가 자동문을 닫은 채 영업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부 업소는 단속에 적발되지 않으면서 손님을 끌기 위한 눈속임을 계속했다.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움직임이 감지되면 열리는 자동문은 점원이 움직이거나 쇼핑객들이 상점에 들어가지 않고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수시로 열렸다가 닫혔다.

오후 6시56분, 전력거래소는 전력수급 경보를 해제했다. 전력거래소 측은 “예비전력이 500만㎾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며 안정된 수급 상황을 보이고 있어 경보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Key Word : 블랙아웃·순환단전

모든 전력시스템이 정지하는 현상이 블랙아웃이다. 한 지역에서 전기가 부족해 블랙아웃이 일어나고, 즉시 복구가 되지 않으면 차츰 주변으로 영향을 미쳐 차례로 인근 전력망이 죽는다. 사상 최악의 대정전 사건으로 불리는 2003년 미국 동부 대정전 사태가 대표적 블랙아웃 사례다. 순환단전은 블랙아웃을 막기 위한 인위적인 조치로 2011년 9월 15일 단전이 대표적이다. 순환단전 1순위는 주택·아파트, 일반상가다. 2순위는 다중이용시설 공급선로와 산업용 일반·공단 선로이고, 3순위는 농·어·축산업 등 정전 민감고객(양식장 등)과 대규모 산업용(66㎸ 이상)이다.

권기석 임세정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