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기행 예장합동 WCC 대책위원장] “WCC 신학 동의 않지만 총회 자체는 반대 안해”

입력 2013-08-12 18:05 수정 2013-08-12 21:02


오는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를 앞두고 보수교계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WCC가 종교다원주의 동성연애 공산주의 종교혼합주의 등을 옹호하고 개종전도금지 조항을 명문화해 선교를 금지하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서기행 예장 합동 WCC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WCC는 한국교회의 신학적 혼란과 위기감을 초래하고 있다”며 “장외집회 등이 아닌 온건한 방법으로 WCC의 문제점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장통합·기감·기장·성공회 등 WCC 회원교단들은 보수진영의 이같은 신학적 해석을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WCC 찬·반 양측이 진지한 신학적 논의 없이 감정적으로 맞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본보는 향후 찬·반 양측의 신학자 및 목회자들의 지상 토론을 통해 쟁점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할 계획이다.

-WCC 총회는 세계교회가 한국교회로 들어오는 역사적 사건이다. 총회를 반대하는 이유는.

“예장 합동 입장에서 볼 때 WCC 총회는 1959년 예장 합동과 통합으로 나뉜 분열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 교단은 통합 측이 준 상처를 잊었다. 교단이 분열할 때 신학교와 병원, 선교사들의 재산을 송두리째 놓고 나왔지만 말이다. 하지만 예장 통합을 중심으로 WCC 총회를 개최한다고 떠들썩하게 하니 그때의 아픔이 재연되는 것 같다. 그래서 WCC대책위원회를 조직하게 됐다.”

-WCC 신학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WCC는 전 세계 교회의 기구적 단일화를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정통 삼위일체론, 기독론, 구원론, 교회론을 부인하고 자유주의 세속 신학과 성경비평주의, 종교혼합주의, 종교다원주의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걸 받아들이면 한국교회에 신학적 혼란과 위기감이 올 것이다.”

-WCC는 정식 문서로 채택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회의구조다. 구체적 근거가 있는가.

“전체가 아니라도 일부에 종교다원주의, 동성연애, 공산주의를 주장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WCC대책위원회가 제작한 ‘왜 우리는 WCC를 반대하는가’ ‘WCC는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WCC의 에큐메니칼 신학비판’ 등에 문제점이 잘 나와 있다.”

-한기총과 반대운동 방법이 다른데.

“우리는 WCC 총회 행사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대규모 장외집회를 개최하고 제네바에 항의단을 보내려 했던 한기총처럼 반대운동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WCC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때 ‘반대’라는 말은 넣지 않았다. 대책이라는 말은 온건한 뜻이 있다. 교회 밖 사람들이 볼 때 기독교 구성원 간 세력다툼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WCC에 속한 교단 중에도 건전한 곳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건전하지 못한 사람들과 함께하기에 안 된다는 것이다.”

-혹자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이 일을 한다고 한다.

“총회장을 지내고 교회에서 은퇴까지 한 사람이 무슨 욕심이 있어서 하겠나. 이 일을 시작한 건 사명감 때문이다. 나는 1955년 신학교 재학시절부터 전도관 집회에 달려가서 ‘당신의 신앙운동이고 인학이지 신학이 아니다’고 호통을 칠 정도로 진리문제에 확실했던 사람이다. 이처럼 목회 40년간 진리 문제만큼은 분명한 태도를 보여 왔다. 누군가 나를 ‘정치 9단’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성경대로 살려고 하면 누구나 정치 9단이 된다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쨌든 총회는 열린다. 자기들끼리 총회를 개최하는 건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수진영이 참여하는 것처럼 이야기 하지는 말라. 보수교계 인사들에게 협조해달라는 부탁도 해선 안 된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공정하게 판단을 할 수 있도록 WCC를 옹호하는 신학자들과 공개 토론회를 가질 것이다. 오는 15일에는 경기도 화성 은혜와진리교회 수양관에서 75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한국교회는 WCC 총회를 앞두고 무엇이 맞는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기독교 언론 기관도 이 같은 노력을 공정하게 보도해 달라.”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