節電정신 빛났다… 전력대란 위기 첫날 무사히 넘겨

입력 2013-08-12 18:03

시민정신이 또 빛을 발했다. 최악의 전력난이 예고된 ‘마(魔)의 사흘(12∼14일)’ 가운데 첫날을 시민과 기업들의 협조로 무사히 넘겼다.

전력 당국은 12일 “시민과 산업계가 원전 2기 분량(200만㎾)의 전력을 아껴줬다”고 밝혔다. 이날 전력 수요는 사상 최대였다. 오후 3시 기준 전력 수요가 7971만㎾로 지난 9일의 7935만㎾ 최고 기록을 깼다. 공급 능력은 7704만㎾로 비상조치를 실시하지 않으면 약 267만㎾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오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비관적이었다. 오전 10시57분 전력수급 경보 ‘준비’가 발령됐다. 한낮에 기온이 올라가 ‘관심’과 ‘주의’ 단계로 격상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에너지 다소비 업체와 절전 계약을 맺은 ‘절전 규제’에서 예상을 웃도는 수요 감축 실적이 나왔다. 전력거래소 조종만 중앙전력관제센터장은 “절전 규제 목표량이 230만㎾였는데 오전에 317만㎾가 확보됐다”고 말했다. 약속보다 더 많은 전기를 절약한 것이다.

시민들은 정부의 당부에 따라 전력 사용 피크시간대 에어컨 가동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전력 경보는 당초 예상인 ‘주의’에 비해 두 단계 약한 ‘준비’를 오후 내내 유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14일 공공기관의 냉방기 가동 전면 금지를 오전 긴급 결정했다. 전력 수급을 위한 공공기관 냉방기 금지는 처음이다. 공공기관의 실내조명도 끄게 했다. 계단과 지하 등 꼭 필요한 곳에만 조명을 켰다. 승강기 사용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계단을 이용하라고 각 공공기관에 주문했다. 아울러 500㎾ 이상 비상발전기를 가진 공공기관은 오후 2∼6시 발전기를 최대한 가동하도록 했다.

전력난은 13∼14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부는 13일 전력 공급 능력이 7713만㎾인데 비해 최대 전력 수요는 8050만㎾일 것으로 예상했다.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337만㎾가 부족할 전망이다. 14일도 전력 부족 예상량이 287만㎾다.

산업부 관계자는 “광복절 이후에는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전력 수급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