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재검토] 겉핥기식 정책 조율 민심 못읽고 역주행
입력 2013-08-13 03:00
[뉴스분석] 조세저항 부른 여권 총체적 난맥상
이번 세제 개편안 파동은 당·정·청 간 정책조율 미흡은 물론 정무적 판단 결여, 대국민 홍보기능 상실 등 여권의 총체적인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취임으로 제2기 청와대가 출범한 이후 당·정·청 협업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정 컨트롤타워 복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여권은 우선 국민이 체감하는 이슈로서 세제 개편이 갖는 사안의 중대성을 간과했고, 중산층 세 부담 증가로 악화되는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 정부가 사전에 당과 협의를 거쳤음에도 민심과 동떨어진 방안을 발표한 것은 정무적 판단이 결여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경제논리만 내세운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긴급 당정협의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정무적 판단이 부족해 이렇게 됐다”면서 몇 번 사과했다고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이 전했다.
정부는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재정수입 확충과 조세 형평성 제고에 세제 개편의 초점을 맞췄지만 결과적으로 중산층 증세가 박근혜 대통령이 내건 ‘중산층 70% 복원’과 배치되는 모순을 여권 내부에서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세제 개편의 방향은 옳지만 대기업의 법인세 감면 및 고소득자 최고세율 구간은 그대로 둔 채 중산층이 증세의 타깃이 된 측면을 간과했다는 의미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표현이 어떻고 이론이 어떠하든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더 많은 세금이 나간다면 결과적으로 증세”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것도 시기상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청와대와 정부가 주말 비상회의를 가진 뒤에야 박 대통령에게 여론의 심각성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민심을 오판해 초동대처가 너무 미흡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관계자의 부적절한 발언과 안일한 판단도 사태를 키웠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서민·중산층의 고통을 배려하지 않는 듯한 통계와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처 간 엇박자도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4대강 녹조제거 문제를 거론하며 부처 간 엇박자를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부처 간 엇박자를 비판하고 협업을 강조한 것은 지난 7월 이후에만 네 번째다. 정부 내에서조차 정책 공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