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끓는 거리서, 한증막 경비실서… “몸도 익을판”

입력 2013-08-12 18:02 수정 2013-08-12 22:15


연일 이어지는 폭염은 더위를 피할 수도, 그럴 힘도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겐 더욱 큰 고통이다. 내리쬐는 태양을 온몸으로 견디며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가마솥 같은 아파트 경비실을 지키는 경비원, 자동차 엔진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까지 견뎌야 하는 백화점 주차관리요원들을 만나 그들의 ‘여름 이야기’를 들었다.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환경미화원 이모(36) 천모(39)씨는 영등포동 먹자골목을 돌며 쓰레기봉투를 트럭에 싣고 있었다. 형광색 바지와 반팔 셔츠는 땀에 흠뻑 젖은 채였다. 이 일대 식당과 술집에서 매일 2t이 넘는 쓰레기를 수거한다. 이씨는 “깨진 병에 자주 긁혀 긴팔 옷을 입어야 하지만 요즘은 상처보다 더위가 더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백화점 지하주차장에 들어서자 뜨거운 공기에 숨이 턱 막혔다. 40대 주차요원 A씨는 여름철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이곳을 드나드는 자동차 수천대의 엔진 열기엔 속수무책이었다. 찬물 한 잔 마시려 해도 끊임없이 차가 들어와 정수기까지 갈 틈이 없다고 했다. 그는 “손님이 몰려드는 주말 점심엔 체감온도가 40도가 넘는다. 요즘은 전력 규제 때문에 냉방도 잘 안돼 더위를 견디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의 한 야외 공영주차장 관리원 조모(62)씨는 어깨에 멘 가방끈 주위로 땀자국이 선명했다. 쉴 때 앉는 철제 의자는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그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뙤약볕 아래에서 일하지만 임시직이라 팔 토시도 지급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상계동의 아파트 경비원 김모(68)씨는 6.6㎡(2평)가 채 안되는 좁은 경비실에서 숨을 헐떡였다. 주차장을 순찰하고 들어온 터라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통풍이 잘 안돼 차라리 밖에 나가 있고 싶지만 수시로 찾아오는 택배 배달원 때문에 경비실을 비울 수도 없다. 김씨는 “분리수거하는 날은 뙤약볕에 노출된 쓰레기봉투에서 악취가 심하게 나 고역”이라고 말했다.

노점상인들은 뜨겁게 달궈진 길바닥에서 폭염을 견뎌야 한다. 서울 창천동 거리에서 토스트를 굽던 송경자(72·여)씨 얼굴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찜통더위에 철판의 열기까지 더해져 천막 안은 후끈거렸다. 영등포역 앞에서 분식을 파는 최모(52·여)씨는 “선풍기를 틀어도 뜨거운 바람이 나오고, 흐르는 땀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밤늦은 시간 서울 청계천과 한강시민공원은 더위를 피해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딸과 함께 청계천을 찾은 이현성(35)씨는 “열대야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라며 “그나마 청계천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과 반대로 냉방병에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이날 낮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겼지만 시내버스 운전사 정모(53)씨는 버스 안에서 점퍼를 입고 있었다. 승객들의 요청에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어 놓기 때문이다. 정씨는 “장시간 냉방에 노출돼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소화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박세환 전수민 조성은 기자 foryou@kmib.co.kr